출근길 사회초년생 숨지게 한 음주 뺑소니범 2심서 6개월↓

입력 2024-02-15 18:07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뉴시스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 출근하던 사회초년생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법원은 운전자가 공탁금을 냈고 다른 유사 사고 형량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며 감형 취지를 설명했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2부(재판장 박원근)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7일 오전 7시29분쯤 울산시 남구 삼산로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차로 들이받은 뒤 그대로 도주했다.

A씨는 당시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친구들 만류에도 불구하고 차를 몰았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52%로 운전면허 취소 기준(0.08%)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A씨는 사고 직후 도주했다가 몇 분 뒤 돌아와 경찰관이 출동한 현장을 잠시 지켜본 뒤 다시 차를 몰고 떠났다.

피해 여성은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24일 뒤 끝내 사망했다.

이 여성은 사고 발생 불과 석 달 전 취직한 새내기 사회인으로 출근길에 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심 법원은 “유족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이 초범이지만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 측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씨가 음주운전 과정에서 신호 위반까지 해 범행했고, 곧바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등 태도가 불량하며 유가족 등이 계속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A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공탁금을 낸 점, 다른 유사한 사건 선고 형량과 형평성 등을 고려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직후 유가족을 향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아버지를 증인으로 불러 입장을 들어봤고, 슬픔이 극심한 것을 재판부가 이해하고 있다”며 말을 꺼냈다.

이어 “다만 피고인에게 어떤 중형을 선고해도 유족들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시게 할 수 없다는 점, 재판부가 형을 정할 때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 사유도 참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또 “특별히 유사한 판결 양형을 모두 조사했다”며 “유가족 입장에선 만족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재판부 입장에선 결코 가벼운 판결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법정에서 나온 피해자 유가족은 “6000명에서 7000명이 엄벌 탄원에 동참했었다”며 “감형을 이해할 수 없고 음주운전 처벌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