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른 AI 기술 진화… 법령개선 과제 ‘수두룩’

입력 2024-02-15 17:59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국내 법규는 공백 상태다. AI 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규제보다 지원에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AI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논의까지 덩달아 지체되면서 AI 기술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국내 AI 규범 논의는 정부 차원의 산업 지원과 합리적 규제라는 딜레마에 끼인 모습이다. AI 기술을 둘러싼 법적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1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AI 기술 접목과 관련해 저작권 분야에서 분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AI 학습에 저작권 있는 예술품이나 기사 등 콘텐츠를 활용하는 문제부터 프롬프트(Prompt)와 같은 새로운 개념에 저작권을 부여할지 여부 등 쟁점이 많다.

프롬프트란 생성형 AI에 던지는 질문 또는 일종의 명령어다. 예컨대 ‘제주도 해변을 배경으로 한 자연 풍경을 담은 그림을 그려줘’와 같은 식이다. 프롬프트가 얼마나 구체적인지, 프롬프트에 어떤 단어를 포함시키거나 제외했는지 등에 따라 AI 생성물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출처를 밝히지 않고 특정 프롬프트를 베껴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법적 책임을 물릴 수는 없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AI 생성물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프롬프트는 프로그램 명령어에 불과하며 AI의 생성물을 저작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반대로 ‘창의적’ 생성물을 만든 프롬프트에는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특허청은 최근 ‘인간의 상당한 기여가 있는 AI 발명품’에 대해 특허를 부여할 수 있다는 지침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최근 AI 기술과 관련한 법령 개선 과제를 발굴 중이다. 예컨대 현행 선박직원법은 선박유형별 기준에 따라 해기사 면허를 받은 사람이 배에 탑승해야 선박 운항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자율운항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선박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을 경우 처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비슷한 개선 과제는 화물 운송이나 항공, 법률 서비스 분야 등에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제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협의, 개선 과제를 올해 말까지 확정해 법령 정비를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AI 기술 개발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만큼 법 개선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규제 위주의 AI 입법은 미루더라도 AI 지원 입법에는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AI 전문가로 꼽히는 강민구 전 판사는 “AI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법 개선은 서두를 필요가 있지만 AI 규제 기본법 같은 것을 서둘러 만들어선 안 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최종 AI 법안을 지켜본 뒤 장점을 취합한 한국 법안을 만드는 게 국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