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안락사’ 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성경적 ‘웰다잉’은?

입력 2024-02-15 17:41 수정 2024-02-15 17:42
지난 5일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드리스 판아흐트(왼쪽) 네덜란드 전 총리와 부인 외제니 여사의 생전 모습. 라드바우드 대학교 제공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가 지난 5일(현지시간) 자택에서 부인 외제니 여사와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15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93세 동갑 부부로 어린 시절에 만나 70년간 동고동락했다. 판아흐트 전 총리는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죽음으로 안락사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국가다. 동반 안락사는 네덜란드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지만 최근 들어 증가 추세다. 지난해 4월에는 불치병을 앓는 12세 미만 어린이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락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환자가 참을 수 없는 큰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며, 치료 가능성 희박·죽음에 대한 의지 확고 등 6가지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네덜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안락사를 통한 사망자는 872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5%에 달한다. 동반 안락사는 2022년 58명(29쌍)으로 2020년(26명·13쌍)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1000만명에 육박하는 초고령사회(만 65세 인구가 인구의 20% 차지)로 접어드는 한국사회에서도 안락사 허용 여부와 ‘웰다잉(잘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재 한국에서는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을 금지하고 있지만 연명의료중단은 허용하고 있다.

교계에서는 “안락사는 성경적인 죽음이 아니다”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삶과 죽음은 인간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는 “안락사를 선택하는 배경에는 환자의 말 못 할 고통이 있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인간이 안락사를 선택하는 깊은 내면에는 고통을 회피하려고 하는 심리가 깃들어 있다. 예수님이 왜 그 모진 고통을 감내하셨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적으로 아름다운 죽음(웰다잉)은 생애를 잘 마무리하고 천국에 대한 소망과 기대를 안고 눈을 감는 것이다. 동반 안락사가 미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교계 단체에서는 웰다잉 및 생명존중 교육을 비롯해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을 조직해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을 독려하고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생명존중교육을 펼치는 한국청년생명윤리학회 최다솔 대표는 “기독교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닌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이라며 “생명주권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다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기독교적 생명윤리를 다룬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