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알파벳(구글 모회사)을 제치고 미국에서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기업이 됐다. 아마존을 제치고 4위에 오른 지 하루만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1년 주가 상승률이 224.6%를 기록, 같은 기간 비트코인 상승률(122.3%)도 제쳐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주식이 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보다 2.46% 오른 73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약 1조8250억 달러(약 2435조원)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시가총액(약 1조8200억 달러)을 넘어서며 마이크로소프트(약 3조420억 달러)와 애플(약 2조8430억 달러)에 이어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는 극적이다. 이 회사는 PC에 들어가는 그래픽 카드를 만드는 기업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AI 성장세를 타고 급성장했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한 AI 산업의 대장주로 자리매김하면서 2022년 8월 기준 30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시가총액이 급격히 불어나는 중이다.
투자자의 관심은 추가 상승 여부다. 올해만 53.4%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져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이달 들어 주당 800달러로 상향했다. 주당 810달러까지 오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이어 세 번째로 시총 2조 달러를 넘어서는 기업이 된다.
엔비디아의 단기 주가 방향은 이달 21일로 예정된 실적 발표에서 결정된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18%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 AI 반도체 성장과 관련된 낙관적인 전망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파죽지세에 파트너사인 대만 TSMC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이날 대만 증시에서 TSMC는 전 거래일보다 7.89% 오른 697.0대만 달러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10% 가까이 오르면서 2020년 7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여줬다. TSMC의 급등에 힘입어 이날 대만 가권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3% 상승한 1만8644.57에 거래를 마감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에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급등하는 AI 반도체 성장 온기가 닿지 않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주당 15만2700원까지 오르며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해 전 거래일과 같은 14만8700원으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파트너사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35% 내린 7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