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인신매매 실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릴레이 티켓 기부도

입력 2024-02-15 16:55
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 스틸. NEW 제공

많은 아동 성범죄자를 체포했지만 정작 피해 아동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던 미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 팀(제임스 카비젤)은 어느 날 아동 인신매매의 실체를 알게 된다. 팀은 인신매매 조직의 거래 현장에 잠입하는 데 성공해 온두라스 출신의 8살 소년 미겔을 구출해내고, 미겔의 누나 로시오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듣는다.

상사의 만류에도 팀은 또래의 다른 소녀들과 함께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돼 행방이 묘연해진 로시오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아이들이 중남미 지역에서 세계 곳곳으로 밀매된다는 것을 알게 된 팀은 새로운 조직을 꾸려 범죄집단의 뒤를 쫓는다.

팀은 콜롬비아에서 현지 경찰과 함께 대대적인 인신매매단 검거 작전을 벌이지만 로시오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로시오가 콜롬비아 반군 지역으로 거래됐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극 ‘사운드 오브 프리덤’이 오는 21일 개봉한다. 이야기의 주인공 팀은 인신매매 피해 아동들을 구출한 실존 인물 팀 밸러드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여러 허구의 상황들이 더해졌지만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데 감독은 그동안 우리가 알면서도 눈감고 있었던 범죄의 심각성을 들춰낸다. 5~6세의 어린 아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성폭력에 시달리고, 이 모습은 녹화돼 아동 포르노 사이트에서 거래된다. 아동 인신매매와 성매매의 실상은 관객으로 하여금 눈을 감아버리고 싶게 만든다.


영화에선 기독교적 색채가 드러난다. 납치된 아이들은 “하나님의 아이들은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종교적 메시지를 넘어 보편적인 인류애를 강조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의 주연을 맡았던 제임스 카비젤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분노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자 사명감을 가진 요원, 그리고 아빠의 모습을 연기한다.

멜 깁슨이 제작에 참여한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지난해 북미에서 개봉하자마자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제작비의 10배가 는 2억5000만 달러(약 3300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영화는 강조한다. 영화 상영이 끝나갈 때 카비젤은 다른 사람이 기부한 돈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페이 잇 포워드’ 시스템을 설명한다. 관객들은 스크린에 나타나는 QR코드를 통해 티켓을 구매해 전세계 관객들에게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카비젤은 “노예제 폐지를 이끌었던 ‘톰 아저씨의 오두막’처럼 이 영화가 아동 인신매매를 없애는 21세기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되길 원한다”며 “여러분이 이야기꾼이 돼 이야기를 퍼뜨려달라. 돈이 없어서 영화를 못 보는 사람들이 없도록 다른 사람을 위해 티켓을 기부해달라”고 말한다.

페이 잇 포워드 시스템을 통해 이미 전 세계 55개국에서 약 3000만장의 티켓이 예매됐다. 국내 개봉 영화에 이 시스템이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 7일 전국 CGV 9개 극장에서 이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한 ‘릴레이 티켓 상영회’는 좌석 판매율 90% 이상을 달성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