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봉사나 교회학교 교사는 왜 무료 봉사로 쓰고 일부 찬양 전공자만 유급으로 모셔오냐.”
‘찬양·반주·음향 유급 사역자 외부서 모시기 양날의 칼’ 기사(13일 자 33면 참조)에 달린 댓글 중 하나입니다. 기사가 나간 뒤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해당 기사는 예배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유급 사역자를 초빙하고 예배의 본질보다 기능에 충실하게 되는 현상을 진단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댓글에는 ‘뇌관을 건드렸다’고 할 만큼 각양각색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13일 하루에만 기사가 게재된 포털 사이트와 SNS에 100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동의를 표하는 댓글부터 유급사역 자체를 문제로 몰아가는 댓글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습니다.
특히 “이대로 가면 식당이나 교회학교 교사 헌금 봉사 등도 유급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댓글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10여년 전 필리핀 마닐라의 한 교회를 방문했다가 외부 업체가 도시락을 제공하는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경기도 구리시의 한 교회는 전문 급식업체에 식당 운영을 위탁하고 있습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6월 만 19세 이상의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개신교인의 교회 봉사 실태와 인식’ 조사에서는 10명 중 4명(43%)이 ‘과거에는 봉사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1년간 교회 봉사로 인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29%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식당 봉사 뿐 아니라 주차 봉사도 교회학교 교사도 업체에 맡기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가 유급 사역 자체를 비난하거나 부정하려는 의도로 읽힌 점은 아쉽습니다. 놓치고 있던 부분을 돌아보자는 취지였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섬기는 분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격려가 필요하다는 견해입니다.
“어느 집회에서 찬양팀이 6명에게 2일간 보수를 60만원 책정했다…많은 집회와 단체 가운데 찬양팀들을 함부로 대하고 적당한 사례도 하지 않은 경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충청남도 천안에서 모퉁이돌교회를 섬기는 허용석 목사가 지난 7일 SNS를 통해 공개한 내용입니다. 여전히 교회가 외부 찬양팀을 불러놓고 교통비에도 못 미치는 사례를 지급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전공자들에게 유급 사역은 생활이고 삶”이라는 댓글처럼 일부 전공자에게 유급 사역은 생계와 직결된 중대한 경제활동입니다. “외부 사역자가 교회에 등록을 해버리면 사례는 없어지고 특별 새벽기도회 반주 철야 반주 등 더 많은 헌신과 노동을 바랄 것”이라는 댓글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유급 사역자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가 예배의 외주화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팀 사역의 원리’(CLC)의 저자인 백성훈 김포 이름없는교회 목사는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 자체적으로 찬양팀을 운영하기 어려운 교회나 찬양팀을 음악적으로 이끌어 줄 전문가가 필요한 교회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백 목사는 외부 사역자 초빙에 대해 교회가 스스로 점검할 부분이 있다며 ‘교회들을 위한 5가지 점검 문항’을 제시했습니다. 5가지 질문은 ‘교회가 자체적으로 봉사자를 양성하고 있는가’ ‘이 과정을 뛰어넘고 외부의 전문가에게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음악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본질적 목적이 무엇인가’ ‘현재의 유급 사역자 초빙에 대해 교회뿐만 아니라 찬양팀과 성도들이 공감하고 있는가’ ‘외부에서 초빙된 유급 사역자들이 교회와 성도들과 영적 연합을 잘 이루고 있는가’입니다.
백 목사는 “책을 내고 강의차 많은 교회를 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런 질문들에 대해 현재까지 그렇게 긍정적인 사례를 찾지 못했다”며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함께 고민하며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