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강인이만을 위한 팀, 안돼”…과거 발언 재조명

입력 2024-02-15 04:57 수정 2024-02-15 10:43
지난 7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패배 이후 손흥민(왼쪽 사진)과 이강인. 뉴시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등 후배들 사이에 내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축구 팬 사이에서는 선수들의 과거 인터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15일 온라인에서 언급된 건 2022년 카타르월드컵 당시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 이후 인터뷰에서 나온 손흥민의 발언이다. 당시 경기에서 이강인이 1분도 뛰지 않은 것과 관련해 손흥민은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생각이 있으셨을 것”이라며 “모든 집중이 강인이에게만 가면 강인이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인의 태도에 대한 다른 선수들의 평가도 다시 주목받았다. 2019년 6월 ‘U-20 대표 K리거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FC서울 소속이었던 조영욱은 “강인이가 가끔 선을 살짝살짝 넘을 때가 있다”고 했다. 당시 광주FC에서 뛰던 엄원상도 같은 인터뷰에서 “밥을 조용히 먹고 있는데 강인이가 내가 시끄럽게 떠든 줄 알고 갑자기 ‘말하지마. 아, 열받네’라고 해서 순간 당황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패배 이후 손흥민(왼쪽)과 이강인. 뉴시스

손흥민은 지난 7일 요르단전 패배 직후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에는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으나 사실은 내부적 갈등에서 비롯된 언급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12일 영국 매체 더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안컵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준결승전 패배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지만 이 역시 축구의 일부”라며 “정말 아픈 경험이지만 축구로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패배 이후 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 뉴시스

한편 아시안컵 요르단전 바로 전날 저녁식사 시간 손흥민과 이강인 등이 물리적 충돌을 빚은 사실이 14일 영국 대중지 더선을 통해 알려졌다.

축구계에 따르면 당시 이강인은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과 식사를 일찍 마친 뒤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다가 주장 손흥민의 제지를 받자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격분한 손흥민이 멱살을 잡자 이강인은 주먹질로 맞대응했고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어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강인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내고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며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요르단과의 조별예선 2차전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 뉴시스

이강인은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다.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사과드린다”면서 “축구 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더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불화설을 두고 일부 축구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 측에서 비난 여론을 돌리기 위해 영국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축구협회가 관련 사실을 빠르게 인정한 점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수들 간 사소한 다툼이 ‘물타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팬들은 팀 내분과 별개로 감독과 협회의 책임론이 사그라들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