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주먹질, 야구는 술판… ‘막장 국대’에 실망감 고조

입력 2024-02-15 00:02 수정 2024-02-15 00:02
2023년 11월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이강인이 프리킥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안컵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간 내분으로 논란이 되기 전에도 국가대표팀 내에서 크고 작은 ‘일탈’이 발생해 팬들을 실망시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일탈이 발생할 때마다 대표팀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적이 많았고, 팬들은 그들의 국가대표답지 못한 행동을 더욱 매섭게 질책했다.

이강인, 4강전 앞두고 손흥민에 ‘주먹질’
15일 스포츠계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치러진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경기 전날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 사이 불화가 빚어졌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영국 매체 ‘더 선’과 연합뉴스 등 보도를 종합하면 이강인·설영우·정우영 등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이 저녁 자리를 임의로 이탈해 탁구를 치자 손흥민이 이를 제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강인이 손흥민 지시에 불응하며 주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격분한 손흥민이 이강인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손흥민에게 주먹을 날리며 응수했다. 막내급인 이강인이 주장이자 9년 선배인 손흥민과 경기 전날 주먹다짐을 벌인 셈이다. 이후 다른 선수들이 둘을 말리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다. 스포츠서울은 일부 고참 선수들이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에게 ‘이강인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64단계나 낮은 요르단에 0대 2로 참패한 가운데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국민들은 실망감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이강인이 ‘경기 전날 식사를 함께하고 탁구를 자제하라’는 손흥민 지시에 불응해 사달이 났다는 점에서 비난 화살이 쏠렸다. 이강인 측은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구 국가대표팀은 WBC 기간에 주점 찾아
일본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기간에 음주를 해 상벌위에 회부된 김광현(SSG 랜더스), 이용찬(NC 다이노스), 정철원(두산 베어스)이 6월 7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해 직접 소명을 마친 뒤 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번 축구대표팀 전에도 국제대회 기간 중 대표팀 내에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일본을 찾은 야구 국가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주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대표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5월 31일 프로야구 3개 구단을 통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23 WBC 대표팀 소속 선수 3명이 대회 기간에 도쿄의 한 주점을 방문했다. ‘스낵바’라 불리는 이 주점은 여성 종업원이 남성 고객의 말동무를 하며 술 시중을 드는 업소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회가 진행되는 도중이었던 7일과 10일 술집을 찾았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강했다. 결국 대표팀은 호주전(7-8)과 일본전(4-13) 모두 패배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비매너에 학폭 논란도
당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소속이었던 이다영이 2020년 1월12일(현지시간) 태국 라콘라차시마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대륙 예선 결승 한국 대 태국 경기에서 토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테니스와 배구계에서도 국가대표들의 일탈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국 테니스 간판스타인 권순우(26·당진시청)는 지난해 9월 25일 아시안게임 남자단식 2회전에서 카시디트 심레즈에게 패하자 라켓을 코트와 의자에 내리쳐 박살내고 상대의 악수 요청을 무시한 채 경기장을 떴다.

국제대회 기간 중은 아니지만 여자배구 국가대표이자 유명 선수였던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학창시절 다른 학생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일삼는 등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결국 이들 소속 구단이던 흥국생명은 2021년 2월 이들에 대해 ‘무기한 활동정지’ 처분을 내렸고, 대한배구협회도 이들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