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을 지원해달라며 당시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청탁하고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연루된 대장동 관련 비리 사건 재판 중 첫 번째 유죄 판결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14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를 받은 최 전 의장에게는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하고 8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두 사람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최 전 의장과 김씨 범행을 두고 “대장동 개발사업이 가능하게 된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 전 의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조례안 통과 청탁을 받고 대장동 주민 시위를 조장‧지시했다”며 “대장동 수익이 현실화하자 화천대유로부터 40억원 상당 성과급을 약속받고, 실제로 8000만원을 받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새누리당이 반대하던 공사 설립 조례안이 가결될 수 있었던 것에 최 전 의장의 상당한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의회 의장 임기 종료 후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급작스러운 정치적 태도 변화는 청탁받은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김씨와 최 전 의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지만 재판부는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의 법정 진술 신빙성 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화천대유에서의) 최 전 의장의 구체적 업무 수행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성과급은 청탁 대가가 맞는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도시개발사업이 민간과 유착된 것”이라며 “지역 주민 공동 이익을 위한 시의회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고 질책했다.
김씨는 선고 후 “최 전 의장에게 청탁하거나 부탁한 적 없다. 당시 준공이 늦어져 그 업무를 도와달라는 의미로 모셨던 것”이라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최 전 의장은 2012년 김씨 청탁을 받고 2013년 조례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퇴장한 사이 표결원칙에 반해 조례안을 통과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청탁 대가로 2012년 2월 최 전 의장을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준공 시부터 성과급 40억원 지급 등을 약속하고 같은 해 11월까지 급여 등 명목으로 8000만원을 준 혐의를 받는다.
이번 판결로 김씨는 대장동 비리 관련 첫 유죄 판단을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 핵심 공약이었다”며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의 중요 공약을 대신 실천해 준 사실이 판결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에게 아들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김씨는 대장동 본류 재판, 대장동 관련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으로 여러 재판을 받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