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승소에 ‘쓴웃음’…“실제 배상까진 10년 걸릴 수도”

입력 2024-02-14 18:11
용인경전철. 용인시 제공

세금 낭비 논란이 일었던 용인경전철 사업을 추진한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세금낭비 행정에 대해 관련자들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11년간 소송을 이끈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 측은 14일 “다소 늦었지만, 의미있는 판결”이라는 입장을 냈다.

소송단 법률대리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할 때 당시 지자체장은 물론, 수요 예측과 같은 용역을 맡은 용역사도 향후 잘못된 연구 결과에 따른 예산 낭비 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짚어낸 아주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용역사 연구원들도 앞으로 지자체 사업 관련 연구용역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하지만 주민소송이 간접 소송이다 보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피고 측인 용인시가 다시 채권자 입장이 돼 손해배상 책임 대상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번 소송도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는 데 11년 걸렸는데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받는 데까진 앞으로 1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미뤄보면 주민소송 제도가 도대체 실효성이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는 이날 주민소송단 소속 주민 8명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낸 1조원대 손해배상 청구 주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용인시는 당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한 이정문 전 시장과 잘못된 수요 예측 조사를 실시한 한국교통연구원에 확정 판결 이후 60일 안에 총 214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해야 한다. 실제 손해배상액이 지급되면 용인시는 세입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용인시는 민간투자방식으로 1조32억원을 투입해 2013년 4월 용인경전철을 개통했다. 하지만 운영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와의 국제 소송전을 벌인 끝에 총 8500억여원을 물어줬고, 이용객도 수요 예측에 한참 못 미쳐 상당한 재정적 손실을 겪었다. 이에 주민소송단은 용인시가 경전철 사업과 관련된 전현직 공무원 등 39명과 4개 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라는 주민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용인 경전철 사업은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2020년 7월 주민소송이 가능하다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용인시는 이날 판결에 대해 재상고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판결문이 도착하면 법률 자문 등을 거쳐 내부 검토한 후 재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