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교단들이 수십 년간 이어진 신자 감소와 재정난을 버티지 못해 교단 본부 건물을 팔아치우는 상황에 놓였다.
14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장로교(PCUSA)는 이달 초부터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교단 총회 본부인 ‘장로교센터(Presbyterian Center)’의 매각 여부를 논의 중이다. PCUSA는 미 장로교단 가운데 가장 교세가 크며, 국내 교단 중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와 교류하고 있다. 19세기 말 한국에 복음을 전파한 미 장로교의 맥을 잇는 교단이기도 하다. PCUSA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보다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센터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로교센터는 1988년부터 40년 가까이 교단과 역사를 함께해왔다.
일각에선 PCUSA가 2012년 동성애자 안수를 허용하며 본격적인 신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PCUSA의 연간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교단에 가입한 회원 수는 114만665명으로 20년 전인 2002년도(245만1969명)의 반 토막(약 46.5%) 수준이다. 교회 수의 경우 2002년 1만1097개에서 2022년 8705개로 20년 새 2392곳 줄었고, 목회자는 2만1194명에서 1만8173명으로 3021명 감소했다.
총회 본부 건물 매각은 비단 PCUSA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 연합그리스도의교회(UCC)는 30년간 활용하던 총회 본부 건물을 2021년 9월 매각하고 인근 임대 공간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UCC는 홈페이지를 통해 “팬데믹의 영향도 있었으나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사무실 이전을 통해 연간 수십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선교자원(재정)을 보다 잘 관리하기 위해 이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북미주개혁교회(CRCNA)는 지난해 9월 홈페이지를 통해 본부 건물 매각을 발표하면서 “65년간 우리 교단과 함께해온 총회 본부 건물을 매물로 내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노후화된 건물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엔 재정적인 부담이 있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