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지참금 때문에…’ 택시기사 살해 후 태국 도주한 男 “징역 30년”

입력 2024-02-14 17:16
지난해 10월 23일 태국 공항에서 70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후 돈까지 훔친 혐의를 받는 피고인 검거 장면. 충남경찰청 제공

국제결혼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택시 기사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아 태국으로 도망쳤던 4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재판장 전경호)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5)에게 징역 30년을 14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A씨에게 보호관찰 5년도 명령했다.

A씨는 70대 택시기사 B씨를 살해하고 1048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영업용 택시기사였던 A씨는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0시46분쯤 광주광역시에서 B씨 택시에 탑승했다.

A씨는 인천공항으로 가던 같은 날 오전 2시57분쯤 충남 아산에서 소변이 마렵다며 택시를 정차시켰다.

차가 서자 A씨는 B씨의 목을 졸랐다. 그는 B씨가 택시 밖으로 달아나자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A씨는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B씨의 목을 감은 후 도로에 유기했다. 도로에 방치된 B씨 시신은 약 3시간 뒤 발견됐다.

그는 이후 B씨 택시를 몰아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피해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계좌에서 1000만원을 이체해 태국행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이후 항공편을 이용해 태국으로 도주했다가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태국 사법당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범행 11시간 만에 태국 공항에서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태국 여성과의 결혼에 필요한 지참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법정에서 “살인 의도가 없었다”며 강도살인죄가 아닌 강도치사죄를 적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범행 전날 ‘강도 살인’을 검색하고 범행에 사용할 장갑, 테이프 등은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40대의 건장한 남성이 70세 노인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하고 테이프로 목을 감아 장시간 방치한 것은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행위로, 피고인도 이를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결혼식 비용과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미리 계획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뒤 테이프로 감고 방치한 채 달아나는 등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책이 무겁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순간에 피해자를 잃어 평생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유족들의 참담한 심정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을 오랜 기간 격리해서 재발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유족들은 “사람을 죽였는데 징역 30년이 말이 되느냐” “재범의 위험이 있다면서 왜 사형을 시키지 않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