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총선의 새 변수로 떠오른 ‘조국 신당’을 맹비난하면서도 내심 야권 분열이라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또 아킬레스건이었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 피로감’을 거론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신당 창당의 이유로 검찰독재 종식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지만 자신의 범법 사실과 검찰의 정당한 수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실부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지역구 출마를 통해서건, 비례대표를 통해서건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총선 출마를 고집하는 것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사법부와 입법부를 조롱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에서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법정구속되진 않았다.
조 전 장관은 항소심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며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윤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 선언과 관련해 “이런 난센스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건 민주당이 당리당략과 의회독재에 눈이 멀어 선거제를 혼탁하게 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앞으로 공천이 본격화되면 자격미달이나 경쟁력 부족으로 탈락한 후보들이 우후죽순 난립한 정당들로 명찰을 바꿔달고 나타나는 일까지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신당 창당은 민주당이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통합비례정당을 추진한 데 따른 결과라는 취지다.
‘조국 저격수’로 알려진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공격에 가세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조국 신당 창당과 관련해 “국민의힘으로서는 너무나 좋은 호재”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이어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있다”며 “조 전 장관을 손절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통합비례정당 추진 과정에서 야권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단장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조 전 장관의 정치 참여나 독자적 창당은 승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 집요한 공격만 양산할 것”이라며 “(조국 신당을)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조 전 장관을 향해 “정권 심판의 큰 바다에서 함께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설 연휴가 끝난 뒤 김 여사 논란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여권에서 김 여사 리스크를 처음 공론화하며 사과를 요구했던 김 비대위원은 이날 “국민들도 살짝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지 않았나 싶다”며 “1교시 국어시험이 다 끝나고 2교시 시험 들어갔는데 1교시 시험 문제를 반복하는 게 조금 모양이 빠진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도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한 민주당 공세에 “우리 당은 민생 중심 정책과 포지티브(긍정적인)한 이야기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