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관리마저 못한 클린스만… 4강전 앞두고 다툰 선수들

입력 2024-02-14 17:06
한국 축구 대표팀의 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이 지난달 2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예선 2차전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문제는 전술 부재와 태도 논란만이 아니었다. 선수단 관리마저도 실패했다. 클린스만호의 주축 선수들이 아시안컵 기간 서로 다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리더십까지 무너진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 축구 전체의 위기로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지난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 오른손 중지와 검지에 흰색 테이핑을 한 채 출전했다. 소속팀에 복귀한 손흥민은 지난 11일 브라이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도 손가락을 감싼 채 나섰다.

손흥민의 부상은 4강전을 하루 앞두고 대표팀 내 선수간 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더 선은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다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회 기간 선수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사실을 보고받았다”며 보도 내용을 인정했다.

당시 손흥민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뒤 식당 한 켠에서 요란스럽게 탁구를 치자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승행이 걸린 4강전을 앞둔 상황에서 팀 단합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

이강인은 이에 반발했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멱살을 잡고, 이강인은 주먹을 휘두르면서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손흥민이 주먹을 피했지만 몸싸움은 이어졌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다툼이 벌어진 식당에는 클린스만 감독도 있었지만 별다른 제재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고참급 선수들이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의 출전 제외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직접 내부 균열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셈이다.

협회 임원진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계에 따르면 전날 임원 회의에선 사령탑 거취와 함께 대표팀 내부 갈등 문제도 다뤄졌다. 협회 수장이자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에게도 보고됐다고 한다.

결국 정 회장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협회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 문제를 최종 결정한다. 정 회장은 전력강화위가 끝난 뒤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번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감독 경질 여부와 별개로 대표팀 내부 갈등 사실까지 수면 위로 떠올라 복잡한 상황이 됐다. 대표팀은 다음 달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자칫 감독도 없고, 분위기도 어수선 한 채로 경기에 나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