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이별 통보에 “죽어라” 협박한 전 경찰 간부 집행유예

입력 2024-02-14 16:22
자살교사와 협박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천 남동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021년 11월 8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이 헤어지자고 하자 “목매달아 죽어라”라고 협박한 전직 경찰 간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해당 발언이 있고 몇 시간 뒤 피해자가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법원은 자살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류호중)는 14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자살교사와 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9)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11월 2일 새벽에 내연녀 B씨(사망 당시 46세)를 협박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경위였던 그는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약 3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내 경찰 인맥을 총동원해서 네 아들을 형사 처벌해 장래를 망치고, 네 직장도 세무조사를 해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B씨에게 “네 아들은 살려줄 테니까 넌 스스로 목매달아 극단적 선택을 해라”고 말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결국 B씨는 같은 날 오전 8시30분쯤 자신이 거주하는 인천시 서구 가정동 한 빌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다투던 와중에 경찰관 직위와 국세청 인맥을 이용해 피해자, 피해자 아들, 피해자 재직 회사에 대한 해악을 고지하면서 협박했다”며 “극심한 공포감과 좌절감을 느낀 피해자가 용서해달라고 했는데도 계속해 협박했다”고 봤다.

다만 자살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집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자살을 실행할 것으로 예상했다거나 자살하도록 위협했다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협박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인과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어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자 유족이 형사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과 동종 범죄로 한차례 벌금형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