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영어방송(GFN) 개국 10여년 만에 존폐 갈림길

입력 2024-02-14 10:48 수정 2024-02-14 18:11

광주영어방송(GFN)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기존 주파수 활용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비영리 법인으로 운영 중인 GFN 지원금을 주지 않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2008년 시 출연기관으로 태동한 GFN은 시 예산에 책정된 지원금과 광고·협찬 수익에 의존해 16년째 운영 중이다.

문제는 자체적 운영비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 지원금이 끊기면 사실상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4년 GFN 전체 예산은 22억여원으로 광고·협찬 수익 4억여원을 제외한 18억여원이 시 지원금이다.

광주·전남권 외국인이 주로 청취하는 GFN이 방송을 중단하면 이들이 보유한 광주 FM 98.7MHz, 여수 FM 93.7MHz 주파수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반납해야 한다.

16명의 정규직 등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전국적으로 영어방송은 현재 서울, 부산, 광주 3곳에서 송출되고 있다.

시는 GFN이 다매체·다채널로 집약되는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견해다. 여기에 세수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가 심각해 GFN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줄이는 방안을 따져보고 있다.

하지만 ‘황금알’로 여겨지는 기존 지상파 주파수를 반납하면 재확보가 여의치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GFN의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운영 체계를 대폭 개편한 뒤 공공이익을 전제로 이를 다른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3일 “유의미하게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느냐 고민하는 지점에 있다”며 “광주지역 외국인들에게 GFN이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는지 등을 종합하고 시의회 등의 의견을 들어 속도감 있게 결론을 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GFN 직원들은 “시가 주파수를 유지하면서 시사·교양·오락 등의 비중을 줄이고 홍보 위주의 시정방송을 운영을 강행한다면 주파수 허가는 당연히 취소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4만 4100여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3.0%, 전남지역은 7만 3100명으로 4.1% 수준이다.

호남 유일의 외국어 방송인 GFN은 2008년 10월 영어 라디오 방송국 허가를 받은 뒤 2009년 4월 광주지역 송출을 시작으로 그동안 청취권역을 늘려왔다.

당시 광주시 6억 6000만 원, 전남대학교 5억 원, 조선대·호남대·광주은행·5개 자치구 각 1억원 등 10여개 기관이 20억 6000만원을 공동출연해 설립됐다.

이후 다문화가정과 거주 외국인·유학생이 늘자 2013년 10월 중국어(평일 하루 2시간), 2017년 3월 베트남어(토·일요일 2시간) 방송을 추가했다. 주로 지역 정보 등을 담은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을 해왔다.

광주지역 외국인 교류단체 관계자는 “3개 국어로 언어와 문화 장벽을 낮춰주던 역할이 컸던 만큼 GFN 존폐에 대한 지역사회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시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