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방위비 준수에 따라 나토 동맹 ‘차등 보호’

입력 2024-02-14 08:11 수정 2024-02-14 09:46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의 핵심 고문이 방위비 목표(국내총생산 2%)를 달성하지 못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집단 방위 공약에서 제외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조약 준수에 따라 방어 수준에 차등을 두는 방식의 나토 개혁도 강조했다. 유럽의 나토 동맹은 트럼프 재선에 대비해 방위비 증액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스 켈로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조약 5조(집단 방위)를 이해하고 있으나 이 조항의 토대가 되는 다른 조약은 잊어버렸다”며 “그중 하나가 (방위비 목표를 정한) 조약 3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일부 회원국이 외부 공격에 대한 보호를 잃을 수 있도록 나토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합의대로 GDP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지 않는다면 집단 방위 조약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켈로그 전 사무총장은 현재 트럼프 캠프 정책 고문을 맡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토의 미래에 대해 자주 대화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켈로그 전 사무총장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5년 6월 나토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고, 나토 개혁은 조항 준수를 기반으로 더 큰 보호를 누리는 ‘계층형 동맹’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방위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집단방위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준을 넘어 공유 군사 장비나 훈련 접근 차단 등과 같은 ‘제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켈로그 전 사무총장은 “동맹의 일원이 되려면 동맹에 기여해야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나는 모든 사람에게 ‘경고 명령(warning order)’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것이 매우 성숙한 대화라고 생각하며, 국가 안보에서 해야 할 많은 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나토 동맹이 방위비를 늘리기 시작하더라도 나토 탈퇴를 원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마음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트럼프는 나토 탈퇴에 진지하지 않고, 그저 나토와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협상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며 “그의 목표는 나토 강화가 아니라 빠져나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탈퇴에 실제 매우 가까이 갔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의 방위 지출 불평은 나토를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탈퇴를 위한 핑곗거리를 찾으려고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토 탈퇴는) 전 세계에서 미국의 신뢰도에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나토를 던져 버리면 미국의 동맹 중에 안전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체제에 대비하기 위해 방위비 증액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토가 31개 회원 중 18개국(58%)이 올해 GDP 2%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목표 달성을 14일 공표할 예정”이라며 “예산 조정을 통해 목표 달성 국가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3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는 러시아의 침략과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부분 회원국이 나토 방위비 지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나토는 2024년에 동맹국의 약 3분의 2가 방위비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FT는 “트럼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자 나토는 다시 한번 긴장하고 있다”며 유럽 외교관들은 방위비 지출을 계속 늘리는 것이 트럼프 체재에 대비하는 최우선 전략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유럽 동맹들은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면 아첨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나토 고위 외교관은 “미래의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본적으로 아첨과 엄격한 통제의 조합”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비 지출이 증가했지만, 유럽 안보의 유일한 보증은 여전히 나토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며, 유럽 대륙에 배치된 병력과 핵무기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오아나 룬게스쿠 전 나토 수석 대변인도 “수사에 너무 신경 써선 안 된다. 트럼프 주장이 옳다면 이에 집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며 “트럼프의 우선순위는 처음부터 매우 분명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 중 방위비 목표를 달성한 국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6년에는 5개국에 불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듬해 첫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이 미국에 빚을 졌다고 비난하고, 집단 방위조약인 나토 5조 조항도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임승차론을 거듭 제기하며 나토 탈퇴 의사까지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유럽 회원국 대다수가 방위비를 늘렸지만, 지난해에도 목표치를 달성한 곳은 11개국에 그쳤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