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강원래, 영화 못 보자…한동훈 “시행령 개정”

입력 2024-02-14 05:16 수정 2024-02-14 10:06
지난 9일 영화 ‘건국전쟁’ 관람 차 가족과 영화관을 방문했다가 상영관에 들어가지 못한 가수 강원래씨. 강원래 인스타그램 캡처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씨가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가 휠체어 입장이 안돼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사연을 전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영화 상영관별 좌석 1% 이상을 장애인 관람석으로 지정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각 장애 피아니스트 출신 국회의원인 김예지 비상대책위원은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 영화 ‘건국전쟁’을 거론하며 “장애가 있는 관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좌석에서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없는 상황을 늘 마주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증진보장법(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르면 영화관은 관람석의 1% 이상을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설치해야 하는데, 대부분 영화관은 개별 상영관이 아닌 전체 영화관의 1%를 기준으로 삼아 휠체어 좌석이 없는 상영관도 많다”며 “휠체어 좌석을 갖춰도 정작 상영관 입구에 있는 계단이나 높은 단차로 휠체어 접근이 불가한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며 김예지 비상대책위원의 의자를 빼주고 있다. 뉴시스

김 위원은 ‘상영관별 관람석의 1%에 장애인 관람석 설치’ ‘영화관 내 장애인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구조 변경’ 등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화관에서 모든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이 보장되도록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한 위원장은 “며칠 전 가수 강원래씨가 가족과 영화를 보러 갔다가 극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가족들만 영화를 보게 한 일이 있었다”며 “대단히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애인들의 극장 출입 관련 규정에 해석상 맹점이 있다”며 “국민의힘이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이 부분을 개선해 상식적인 세상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의 발언이 끝나자 “내가 사실 시행령을 바꾸는 전문가 아닌가. 내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령도 만들었는데, 시행령을 바꾸는 것이 명분 있고 합리적인 내용이면 그렇게 오래 걸리는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가 정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법률 개정은 국회에서 가능하지만, 시행령 개정은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강원래씨는 지난 9일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가 혼자 입장하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는 “송이(아내)가 보러 가자 해서 영화 ‘건국전쟁’ 보러 갔다가 막상 동네 극장에 가니 계단뿐이라 휠체어가 못 들어가는 관이었다”며 “저만 못 보고 송이랑 선이만 보러 갔다. 저는 지금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씨는 해당 상영관 출입구가 계단밖에 없어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강씨는 극장 직원에게 ‘들어주면 안 되냐’고 요청했지만 ‘계단이라 위험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극장 측은 ‘잠깐 일어설 수 있냐’고 물었고 강씨가 ‘일어설 수 없다’고 하자 ‘그러면 못 보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편 현행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개별 상영관이 아닌 전체 영화관의 1%를 장애인 관람석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장애인 관람석이 없는 상영관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