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사에서 선배 PD로부터 성추행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당한 피해자가 퇴사 후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춘천지법 민사4단독 진원두 부장판사는 13일 전직 PD A씨가 선배 B씨와 C방송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진 부장판사는 B씨와 C사에게 각각 5300여만원과 3200여만원을 원고 측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C사에서 근무할 당시 B씨에게 장기간 성추행과 성희롱, 괴롭힘을 당했다.
B씨의 거듭된 만행에도 방송사 측이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자, A씨는 이들을 상대로 2022년 4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공황발작을 겪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중증도 우울 에피소드, 적응장애, 공황장애 진단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A씨가 PD협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며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역공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씨는 판결 선고 뒤 “신고만 하면 방송국에서 피해자를 보호해줄 거란 생각이 틀렸다는 걸 느끼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 위해 재판을 시작했다”면서도 “그동안 받은 피해는 민사소송에서 다루는 보상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피해자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며 “우리 사회가 인간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성폭력과 괴롭힘, 2차 피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징표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