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장애가 있는 가수 강원래씨가 극장을 찾았다가 휠체어 입장이 안 돼 혼자 돌아나와야 했던 사연을 전했다. 강씨는 인기 댄스그룹 ‘클론’의 멤버로, 2000년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크게 다쳤다.
13일 연예계 등에 따르면 강씨는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건국전쟁’을 보기 위해 강변 CGV를 찾았지만, 끝내 영화를 보지 못했다. 강씨 가족이 예매한 상영관은 일반관보다 관람료가 비싼 특별관이었는데 계단으로 이동해야 해 강씨의 휠체어가 입장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강씨는 상영관에 장애인석이 없고 모든 입구에 계단이 있어 출입이 어렵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해당 직원은 “잠깐이라도 일어설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SNS에 “영화 건국전쟁을 보러 왔는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극장이라 한다”며 “출입구가 계단밖에 없는 ‘컴포트관’이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상영관이라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휠체어를) 들어주면 안 되냐 했더니 ‘계단이라 위험하다. 절대 볼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직원이 ‘잠깐 일어설 수 있냐’고 해서 ‘일어설 수 없다’고 답했더니 ‘그럼 못 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가족들만 영화관에 들여보내고 나는 차로 돌아왔다”며 “취소하고 다른 극장 갈 수도 있었는데 휠체어는 못 들어간다고 하니까 정신이 없었나보다”고 토로했다.
건국전쟁의 감독 김덕영씨도 페이스북에 장애인 좌석이 없어 영화를 보지 못한 강씨 사연을 올렸다.
장애인법은 공연장·집회장·관람장 등 운영자로 하여금 전체 관람석이나 열람석 수의 1% 이상을 장애인석으로 지정하도록 한다. 다만 이 기준이 개별 상영관이 아닌 전체 상영관으로 잡혀있다 보니 일부 상영관에는 장애인석을 설치하지 않아도 위법이 아니게 된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개별 영화상영관을 기준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관람석을 1% 이상 확보하도록 권고했다.
CJ CGV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인권위 시정 권고에 따라 조치하고 있고 계획했던 18곳 중 15곳에 장애인 관람석을 설치했다”면서도 “구조 변경 어려운 일부 상영관에 미흡한 곳이 있다. 순차적으로 리뉴얼 등을 통해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장애인석이 없는 상영관의 경우 계단으로 이동하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안내하고 있다”며 “관람객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