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대전의 핵심 행정시설이었음에도 도심흉물로 방치됐던 ‘옛 대전부청사’가 52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대전시는 옛 대전부청사를 근대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31일 옛 대전부청사 소유주와 건물 매입계약을 체결했다. 부청사 건물이 1972년 민간에 매각되며 사유재산이 된 후로부터 무려 52년 만이다.
1937년 건립된 옛 대전부청사는 대전읍이 대전부로 승격되면서 건립된 대전의 첫 시청사 건물이다. 건립 당시에는 부청사와 충남도산업장려관으로, 해방 이후에는 미군정청으로 사용됐으며 이후 대전시 청사로 활용됐다.
부청사 건물은 1959년 현 대전 중구청사인 대흥동 청사로 시청이 이전한 뒤 1972년부터 대전상공회의소로 활용됐다. 홍광표 당시 대전주정공업 회장이 사재로 건물을 매입해 상공회의소에 기증했다.
민간에서 본격적으로 활용하게 된 계기는 1996년 대전상공회의소가 둔산으로 이전하고 삼성화재가 건물을 인수하면서부터다. 건립 이후 60년 간 대전 행정·경제의 중심공간이자 시민을 위한 공공문화시설로서 굳건한 지위를 갖고 있었다.
옛 대전부청사는 대전의 근현대사를 상징한다는 역사성 뿐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은 건물이다. 장방형의 절제된 입면과 세련된 근대 건축양식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어서다. 또 중앙 기둥 덮개와 원형 창, 대형 커튼 홀 창호 등 기능주의 양식이 적용되는 등 근대모더니즘 건축양식이 집약된 희소성 높은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옛 대전부청사는 민간이 인수한 뒤 소유주가 수차례 바뀌면서 점차 그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활용도가 떨어져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되자 도심흉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급기야 2022년에는 소유주가 건물을 부순 뒤 오피스텔을 신축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으며 철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옛 대전부청사 매입절차에 들어간 시는 감정평가를 거쳐 342억원 규모의 매입계약을 체결했다. 건물의 소유권 이전 절차는 올해 하반기 완료될 전망이다.
시는 향후 옛대전부청사를 문화재로 격상시키고 원형복원에 집중할 예정이다. 복원 방향은 준공 시점인 1937년을 기준으로 삼았다. 건물에 가해진 물리적 훼손을 우선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목표다.
내부 공간은 건립 당시의 건축적 특징을 살리면서도 시민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시는 옛 대전부청사가 재단장을 마치면 소제동 관사촌과 연계하는 등 중구 원도심 일대를 역사문화예술 관광벨트로 만들어 지역 명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노기수 대전시 문화관광국장은 “멸실(滅失) 위기의 문화유산을 매입해 시민들께 돌려드려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근대도시 대전의 정체성과 현대의 도시문화경관이 조화되는 문화유산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