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기기증 희망누적등록자 178만명 돌파

입력 2024-02-10 17:07 수정 2024-02-11 15:00
임지원(오른쪽)씨와 고 이숙경 집사가 생전 함께 찍은 사진. 임지원씨 제공

임지원(29)씨는 지난달 30일 사랑하는 엄마를 먼저 떠나보냈다. 고 이숙경 집사는 생전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끼니를 거르고서라도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섰던 엄마였다. 하지만 병마는 엄마의 목숨을 앗아갔다. 고인은 췌장암 판정 후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고인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고통에 비하면 이만한 고통은 감사하다”며 가족들을 위로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였다. 고인은 마지막까지 앞으로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각막을 기증했다.

임씨도 엄마의 뜻을 따라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서약했다. 그는 “각막이식인이 엄마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하나님을 만났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장기기증만큼 누군가의 인생을 돕고 하나님의 사랑을 크게 전할 수 있는 나눔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에 따르면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누적 수가 178만명을 넘어섰다고 10일 밝혔다.

본부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을 통해 파악한 2023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는 8만3362명으로, 전년 대비 약 20%가량 증가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누적 희망등록자 수는 178만3283명으로 조사됐다. 희망등록자의 성별은 남성이 37%(3만867명), 여성이 63%(5만2495명)으로 여성의 비율이 높았으며, 지역별로는 경기도(2만933명)가 제일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매일 7.9명의 환자가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다. 매년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해 2013년 2만6036명에서 2023년 5만1857명으로 10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박진탁 이사장은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178만명을 넘어섰지만, 국민의 56%가 장기기증에 서약한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형 각막은행 설립 등 실제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다방면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