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재형저축(근로자 재산 형성 저축) 부활 공약에 정작 금융 소비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높은 가입 문턱과 긴 만기 기간이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청년도약계좌 등 비슷한 정책금융 상품이 있다는 점도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재형저축 재도입을 총선 공약으로 내놨다. 국민의힘은 “재형저축은 1976년 도입돼 연 10%가 넘는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신입사원 1호 통장’이라는 별칭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며 “2030 청년층 자산 형성과 4050 중장년층 노후 준비 등을 위해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재형저축을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재형저축은 1995년 폐지될 때까지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10% 이상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돼 ‘직장인 재태크 필수 상품’으로 불렸다. 이후 2013년부터 2년간 다시 ‘반짝’ 부활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7년 만기를 유지했을 때 비과세 혜택을 부여했는데, 자격 요건 문턱이 높고 4% 초반대의 비교적 낮은 금리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재형저축 부활 시 성공의 관건은 얼마나 매력적으로 새 상품을 설계하느냐다. 국민의힘은 재형저축 재도입을 추진하게 되면 최근 고금리 상황을 반영해 높은 금리 혜택을 제공할 뿐 아니라 가입 문턱을 낮추고, 기간도 중장기로 선택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이미 나와 있는 정책금융 상품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당이 금융 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약을 내놨다는 지적과 함께, 이목을 끌만한 높은 혜택을 부여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오래 묶어두는 만큼 가입자에게 고금리·비과세 혜택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며 “지금 청년도약계좌도 만기(5년)가 길다고 하지 않느냐. 비슷한 성격의 정책금융상품을 또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벌써 ‘역마진’ 등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2013년 재형저축이 재출시됐을 때도 일반 정기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해 ‘팔수록 손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금융 당국이 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비슷하게 맞췄었다”며 “과도한 고금리를 제공할 경우 조달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장기적으로 대출금리를 인상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급 세수 부족 상황에서 과연 충분한 비과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형저축 첫 도입 때 2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은 것도 정부 재정 여력 부족이 큰 이유였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