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내 기독교인을 향한 핍박과 박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인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독일베네토회교회의 니코데무스 슈나벨 수도원장은 지난 3일 지나가는 두 명의 젊은이에게 욕설을 듣고 침을 맞았다. 두 명의 유대인 이스라엘인은 기독교 성직자를 모욕한 혐의로 가택연금 형태로 구금됐다. 용의자 중 한 명은 17세다. 슈나벨 수도원장은 “이 사건은 팔레스타인 성직자 삶의 일부분만 보여주는 데 불과하다”며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지난 10월 초 구시가지에 열린 초막절 행사에서도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침 테러가 있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5명이 체포됐다. 팔레스타인 내 기독교인을 향한 폭력적 행위가 반복되는 데는 이스라엘 정부의 솜방망이 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라틴계 총대주교인 피에르 바티스타 추기경은 “가장 우파적 네타냐후 정부가 기독교인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고 반박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부 또한 “이러한 폭행은 극우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에 의해 선동된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부 입장을 비난했다.
기독교를 향한 폭력 행위는 교회시설로도 이어졌다. BBC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두 달 간 예루살렘 내 파괴되거나 훼손된 종교시설은 74곳이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이후 종교 시설에 대한 파괴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팔레스타인 가지지구 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인 성포르피리우스교회는 이스라엘 정부의 공격으로 현재 무너져 내렸다. 교회에서 피난해있던 기독교인 18명이 숨졌다. 사고가 벌어진 현장에 있던 라미 타라지는 BBC에 “교회 다른 건물에 있던 교인들까지 먼지에 뒤덮일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기억했다. 그는 당시 폭격으로 사촌을 잃었다. 라미는 “불과 1시간 전 나와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살벌한 전쟁 상황에서도 기독교인들은 신앙을 잃지 않는다. 마리안 사바는 가족과 함께 붕괴한 성포르피리우스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현재 기독교인 300여 명이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에서 살고 있다. 사바는 “교회가 파괴된 지 9일 후에 딸 카일리가 유아 세례를 받았다”며 “기쁨이어야 할 세례에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박윤서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