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당뇨병도 저소득층에게 더 버거웠다. 가구 소득이 낮아 의료급여 수급 기간이 길수록 당뇨로 인한 우울증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료급여 수급권자 등록 기간이 1~5년인 경우 우울증 위험은 최대 69%까지 상승했다.
당뇨병은 우울증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당뇨병만으로 우울증 위험이 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당뇨병 환자의 소득과 환경을 고려한 우울증 예방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이유빈 교수, 일산백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소희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2~2018년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토대로 20세 이상 202만7317명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에 대한 정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등록 여부로 나뉘었다. 연구 등록 시점 이전 5년 동안 최소 1년 이상 수급권자로 등록된 적 있었던 사람은 모두 4만2120명(2.08%)으로, 연구팀은 이들을 노출 기간(1~5년 사이)에 따라 분류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폈다.
분석 결과 평균 추적 관찰 기간 6.77년 동안 발생한 우울증 40만1175건 가운데 수급권자로 등록된 적 없었던 참여자들과 비교해 수급권자의 우울증 위험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수급권자로 1년만 등록됐더라도 그렇지 않았던 사람과 비교해 우울증 위험이 44% 증가했고 5년간 등록된 경우에는 69%까지 높아졌다. 또 소득이 낮은 사람이 인슐린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 두드러졌다. 가구 소득이 낮았던 기간이 길수록 당뇨병으로 인한 우울증의 발병 위험도 덩달아 커짐을 시사한다.
김재현 교수는 6일 “당뇨병은 긴 호흡을 갖고 오랫동안 싸워야 하는 병인데 안타깝게도 저소득층에게는 더욱 가혹할 때가 많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보듯 우울증 발병 위험까지 커진다는 건 환자의 일상 역시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어서 당뇨 환자의 소득과 환경을 고려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