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에 물려 피흘리는데, 견주는 구경” 대리기사 호소

입력 2024-02-06 05:19 수정 2024-02-06 10:13
개 물림 사고를 당한 대리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손님 차에 탔다가 맹견 로트와일러에 물렸는데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대리기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작성자 A씨는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맹견에게 사람이 물려 피 흘리고 있는데 구경하는 견주’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이 최근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A씨는 지난해 운전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가 두 달 전부터 호전돼 대리운전을 시작했는데, 아직 많이 걷고 뛰는 게 무리여서 아내가 차량으로 자신을 따라다니며 도와준다고 먼저 설명했다.

최근 전화를 받고 손님 차에 탑승했다는 A씨는 “차에 맹견 로트와일러를 포함해 차우차우처럼 보이는 큰 개와 작은 개까지 세 마리 개가 타고 있었다. 입마개나 목줄도 차지 않은 상태였다”며 “개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순한 개라고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개 물림 사고로 머리카릭이 뽑힌 대리기사의 아내.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A씨에 따르면 그렇게 운행 중이던 새벽 2시30분쯤 손님은 A씨가 과속을 한다는 이유로 욕을 하면서 차를 세우게 했다. A씨가 차에서 내린 뒤 손님도 보조석 문을 열어 둔 채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이 시비가 붙자 차로 뒤따라오던 A씨의 아내도 다가와 말리기 시작했고, A씨는 아내에게 영상을 찍어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그러자 손님이 넘어뜨리고 폭행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 아내가 이를 말리자 차에 있던 로트와일러가 A씨와 아내의 머리채를 물고 흔들며 끌고 갔다고 한다. A씨 아내는 개에게 물려 바닥에 끌려가며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A씨가 개를 밀쳐내려 하자 개는 A씨의 손을 물었다.

A씨는 “개를 떼어내기 위해 온힘을 쓰는 5분여 동안 견주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그러는 동안 경찰이 왔다. 제 손은 누더기처럼 해져 피가 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A씨는 전치 4주, 그의 아내는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개 물림 사고를 당한 대리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경찰에게 손님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후 ‘개가 차에 있어 블랙박스 확보를 안 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손님은 A씨가 먼저 폭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개에 대한 공포뿐 아니라 사람과 경찰에 대한 신뢰가 없고 정신적인 피해가 너무 크다”며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트라우마 상당하실 듯하다” “견주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 “맹견으로 분리되는 로트와일러가 입마개 없이 제어불능 상태였다면 중과실치상죄 아닌가”라며 함께 분노했다.

현행법상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은 로트와일러와 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다. 맹견 소유자는 엘리베이터, 복도 등 실내 공용 공간을 이용할 때 맹견을 안거나 목줄의 목덜미 부분을 잡는 등 맹견의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1차 위반 시 100만원, 2차 위반 시 200만원, 3차 위반 시 300만원 등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