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부동산 시장 혼란 커지나…공급 과잉 우려

입력 2024-02-05 11:00 수정 2024-02-05 13:41

광주지역 부동산 시장의 이상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임의경매’가 2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올해 입주 가구와 신규 공급이 기형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장기간 이자를 연체해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 등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금리와 대출금 연체로 금융기관에 의해 경매절차에 들어간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 등 집합건물은 973건으로 2022년 478건보다 2배 이상 폭증했다. 5개 자치구 중에서는 젊은 층이 주로 사는 광산구가 275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남지역 임의경매 건수가 2022년 673건에서 2023년 919건으로 36% 정도 늘어난 것에 비해 6배 가까운 증가 추세다.

임의경매는 은행 등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재판 없이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그런데도 광주에서는 올해만 오피스텔을 제외한 3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하거나 분양 청약을 앞둔 것으로 조사돼 공급과잉에 의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광주전남부동산플랫폼 사랑방 부동산의 조사결과 2024년 광주지역 입주물량은 21개 단지 9080가구로 지난해 4966세대에 비해 1.8배나 늘었다. 지난해 25개 단지보다 입주 단지는 줄었으나 대규모 단지의 잇따른 입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북구가 5242가구로 가장 많았고 남구 2252가구, 서구 1032가구, 광산구 355가구, 동구 88가구 등의 순이다.

신규 분양물량 증가 추세는 더 두드러진다. 다음 달 ‘힐스테이트신용더리버’ 1647가구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무려 2만759가구의 아파트가 신규 분양될 예정이다.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22~23일 올해 첫 아파트 분양이 이뤄진 ‘어등산 진아리채 리버필드’는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에도 1·2순위 청약이 134가구 모집에 63명만 접수하는 등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기준 광주 평균 분양가 1808만 원보다 200만원 낮은 1600만원대 초반에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경쟁률이 1도 되지 않았다. 전용면적 79㎡형(31평형)의 최고 분양가는 4억 9920만원에 머물렀다.

현재 광주의 미분양 아파트는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 221가구를 포함해 총 596가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3618가구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지역 부동산 시장의 ‘매수절벽’ 현상이 장기화하는 등 당분간 불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 광주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는 7월 1128건, 8월 1284건, 9월 1251건, 10월 1142건, 11월 1010건에서 12월 332건으로 급감했다.

공인중개사 송모(58)씨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려면 금리가 피부에 와닿게 낮아지고 급매물부터 매매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며 “관망세가 뚜렷한 지역 부동산 시장의 가격 거품과 시장 침체는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