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인 줄 알았다”… ‘딥페이크’ 수백억 송금 사기

입력 2024-02-05 09:04 수정 2024-02-05 09:21
국민일보 DB

홍콩의 한 다국적 기업에서 딥 페이크 기술로 인한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사기범은 딥 페이크 기술로 이 회사 최고 재무 책임자(CFO)를 모방한 후 화상 전화 회의에 참석했다. 이 수법에 속은 직원은 거액의 돈을 송금했다.

4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영상 통화에 참여한 사람이 자신들의 회사 직원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수법은 전에도 봤지만 이번에는 직원이 본 모든 사람이 가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찬 순칭 총경은 “영국에 있는 CFO로부터 처음 메일로 메시지를 받았을 땐 직원도 피싱 사기를 의심했다. 그러나 회사 회의 참석자들이 동료들과 똑같이 생기고 목소리도 같았기에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은) 통화 중인 다른 모든 사람이 진짜라고 믿었으며 총 2억 홍콩 달러(약 342억3000만원)를 송금하기로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사기 행각은 나중에 직원이 본사에 확인했을 때 드러났다. ‘딥 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신종 사기였다. 딥 페이크는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을 일컫는다. 홍콩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분실된 신분증을 이용해 안면 인식 프로그램을 속이는 수법으로 딥 페이크 범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7~9월 사이 분실 신고된 8개의 홍콩 신분증이 90개의 대출 신청과 54개의 은행 계좌 등록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갈수록 정교해지는 딥 페이크 기술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에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인 것처럼 만든 선정적 이미지가 SNS에 퍼져 논란이 됐다. 지난해에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 대한 성적인 딥 페이크 이미지를 만들어 유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