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아이콘” 게인고브 나미비아 대통령 사망

입력 2024-02-04 20:33
하게 게인고브 나미비아 대통령. 나미비아 정부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처

남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하게 게인고브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82세.

AP통신에 따르면 나미비아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에서 “게인고브 대통령이 오늘 세상을 떠났다”며 게인고브 대통령의 사망 사실을 알렸다. 게인고브 대통령은 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아내인 모니카 게인고브 여사와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졌다.

그는 이달 초 건강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았다. 게인고브 대통령은 과거 총리 시절이던 2014년 전립선암에 걸렸다가 완치된 바 있다. 이번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 항암 치료를 예약하는 등 병마와 싸울 계획이었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난골로 음붐바 부통령은 “나미비아는 국민의 뛰어난 봉사자이자 해방 투쟁의 아이콘, 우리 헌법과 나미비아 의회 기둥을 세운 주요 설계자를 잃었다”며 애도했다.

음붐바 부통령은 긴급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 나미비아 헌법은 현직 대통령이 사망한다면 90일 안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41년 나미비아 북부 도시 오티와롱고에서 게인고브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맞서 1960년부터 독립운동을 벌였다. 남아공 정부에 의해 고국에서 추방된 뒤 27년간 보츠와나와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그는 1989년 귀국해 결국 조국의 독립을 이뤄냈다. 독립 이후 첫 총리로 지명돼 12년간 재직했다.

2015년에는 3대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며, 2019년 재선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었다. 나미비아의 교통·보건 등 공공 서비스를 확립한 것이 대통령으로서 달성한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또 자연환경 보존과 생태 관광 증진을 위해서도 앞장섰다.

외신들은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었던 나미비아가 지금의 안정 궤도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게인게브 대통령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게인고브 대통령은 말투는 부드럽지만 세계 문제의 중요한 이해당사자로서 아프리카의 의제를 발전시키는 데 확고했던 인물”이라며 “나미비아는 분쟁과 폭력적인 선거, 쿠데타로 황폐화했지만 (게인고브 부임 이후) 정치·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주의) 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국의 오랜 투쟁을 이끌었던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임기 중 정책 실패를 거듭하며 나미비아의 높은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게인고브 대통령의 과오로 지목된다. 2021년에는 여러 부패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분노를 샀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온라인 추모사에서 “게인고브 대통령은 통일된 아프리카의 신봉자였으며, 세계 무대에서 강력하게 아프리카 대륙의 목소리를 냈던 지도자”라고 회상했다.

이웃 나라이자 나미비아 최대 교역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게인고브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지켜낸 경륜 있는 파트너”라며 “식민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에서 나미비아를 해방시킨 우뚝 선 베테랑”이라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