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사망자 명의 계좌 1065건 계설…7000억원 인출

입력 2024-02-04 14:13
금융감독원. 뉴시스

최근 5년간 사망자 이름으로 계좌가 개설된 사례가 1000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명의의 계좌에서 예금이 인출된 규모도 약 7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일부 은행 검사 과정에서 사망자 명의의 금융 거래가 일어난 사실을 발견해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확대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금감원 검사 결과 최근 5년간(2018년 8월∼지난해 7월) 국내 은행 17곳에서 사망자 명의 계좌 개설 1065건, 대출 실행 49건, 제신고 거래(계좌·인증서 비밀번호 변경 등) 6698건 등이 발생했다.

사망자 명의의 예금 인출 규모는 자료 확인이 가능한 8개 은행 기준 총 34만6932건(68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거래는 고객 사망일과 은행이 고객 사망을 인지한 날(사망등록일) 사이에 주로 이뤄졌다. 대부분 모바일 뱅킹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했다.

금감원은 “사망자 명의의 금융 거래가 발생한 원인은 가족이나 지인 등이 적법 위임 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은행의 현행 비대면 실명(본인) 확인 절차로는 명의자 본인 여부를 완벽히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가령 모바일뱅킹 이용 시 사망자의 신분증 사본과 기존 계좌를 활용하면 실명 확인이 가능해 유가족이 사망자 명의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 실행 역시 사망자 휴대전화와 해당 은행의 등록된 인증서 비밀번호 등만 확보할 경우 불가능하지 않다.

금감원은 사망자 명의의 금융 거래는 금융 질서를 문란케 하며 금융 소비자와 은행 모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가족이나 지인 등 제3자가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의 예금을 찾는 경우, 대출을 일으켜 이를 빼돌리거나 개설한 계좌를 금융사기 등에 이용하게 할 경우 등은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친형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대면 대출 3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A씨에게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적용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바 있다.

금감원은 유가족 등 금융 소비자에게 사망자의 신분증·휴대전화 등이 유출·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도 은행권에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관리 실태를 자체 점검하도록 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은행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 등 사망자 명의의 금융 거래 차단을 위한 제도적 노력도 이어 나가기로 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