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산 둔갑한 인조속눈썹 수출…판매액 수천억원”

입력 2024-02-04 09:12 수정 2024-02-04 13:06
중국 핑두에 있는 인조 속눈썹 작업장에서 한 노동자가 인조 속눈썹을 제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에서 제조한 인조 속눈썹이 중국에서 포장돼 한국과 일본, 서방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 보도했다. 판매액은 수천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북한의 수출 회복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로이터는 업계 종사자 15명과 무역 변호사, 북한 경제 전문가 등과 인터뷰를 토대로 중국 업체들이 북한에서 반제조된 제품을 수입해 포장·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인조 속눈썹, 가발 등의 수출로 외화를 벌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수출이 급감했다가 지난해 중국을 통해 재개됐다.

2023년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약 60%는 인조 속눈썹과 가발, 턱수염 등 인공모발 제품으로 약 1억6700만 달러(약 2235억원) 상당의 1680t을 수출했다.

전문가들은 수출액의 최대 90%가 북한 정권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06년부터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해 북한의 석탄·석유·섬유 등의 무역 거래, 해외 근로자 취업 등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모발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나 금지 조치는 없어 인조 속눈썹 무역을 국제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제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 속눈썹은 ‘세계 속눈썹의 수도’라 불리는 중국 핑두(平度)로 모인다. 핑두에 있는 많은 업체가 북한산 인조 속눈썹을 포장해 수출하는 방식이다.

중국 공장 관계자들은 중국 속눈썹 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과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품질은 좋고 가격은 싸기 때문이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중국 공장 관리자들은 북한 노동자의 급여는 중국 노동자들의 10분의 1 수준일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업체 ‘PD 러쉬’ 관계자는 나선 경제특구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월급으로 평균 300위안(약 5만원)을 준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