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에 ‘십자가 포장’…한센복지협회 “문화재일 뿐”

입력 2024-02-02 13:58 수정 2024-02-02 14:05
윤석열 대통령 부부 이름으로 각계 인사들에게 전달된 설 선물 상자. 교회 십자가 등 한센인들의 예술 작품이 들어가 불교계에서 반발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설 선물 포장지에 국립소록도병원 한센인들이 그린 교회·십자가 등의 그림이 포함돼 불교계가 반발했다.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은 “우리 그림 속 십자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이 생긴 것 같아 죄송하다”며 “소록도에만 살다 보니 근처 문화재를 그림에 담았을 뿐이다. 다른 분들에겐 편견으로 보였다니 안타깝다”고 했다.

김인권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은 “소록도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한센인의 간절한 바람은 우리 그림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오해가 풀리고 모두가 행복한 설날을 맞이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의 서신을 2일 윤 대통령 부부에게 보냈다.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 입원 환자들의 미술 작품. 윤석열 대통령 부부 이름으로 각계 인사들에게 전달된 설 선물 상자에 사용됐다.

김 협회장은 “그림 속 십자가는 우리에게 외로움을 채우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지팡이였다”며 “대통령실 덕분에 우리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퍼져나갔다. 이런 관심을 통해 한센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소외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가졌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올 설 선물로 불교계에는 전통주와 육포 대신 아카시아꿀과 표고채를 준비했으나, 선물 상자가 논란이 됐다. 선물 포장에 한센인들이 소록도의 풍경과 생활상이 담겼는데 교회 십자가 성당 묵주(기도할 때에 사용하는 성물) 등이 포함돼서다. 선물엔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한센인 환자의 기도문도 동봉돼 있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