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새내기 소방관이 제주도 화재 현장서 순직한 지 두 달 만에 경북 문경에서 또 소방관 2명이 안타깝게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화마와 싸우다 돌아오지 못하는 사례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질적인 소방 인력난을 해결하고, 소방관의 책임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가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경북 문경시의 한 육가공 제조업체에 화재가 발생하자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들이다. 두 소방관은 건물에서 사람들이 대피하는 것을 보고 인명 수색을 위해 건물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급격히 번진 불길에 고립된 뒤 건물이 붕괴하면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관 순직 사례는 매년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난해 12월에도 갓 소방관이 된 고(故) 임성철(29) 소방장이 제주 서귀포시 한 감귤 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다 순직했다.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재와 구조 현장에 출동했다가 순직한 소방관은 24명에 달한다. 매년 5명가량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부상 당한 소방관 숫자도 총 4658명에 달한다.
정부는 소방관 순직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매뉴얼 강화, 첨단 장비 도입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 전북 김제 고 성공일 소방사도 단 2명이 먼저 현장에 도착해 진입하다 순직했다”며 “실질적인 출동 인력이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할 의지 없이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겉핥기식 대책만 나오고 있다. 현장 교육 부족이나 장비의 노후화만을 순직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선 고질적 인력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5년간 2만여명의 소방관이 충원됐지만, 여전히 지방을 중심으로 현장 출동하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방관 한 명이 교육이나 휴가로 자리를 비우면 나머지 대원들은 인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화재나 사고 현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기존 가용 인력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치를 하느냐의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소방에서는 불도 끄고 행정업무도 보는 멀티 소방관 양성을 목표로 한다. 지역과 개인 특성을 고려해 전문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도 이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관의 안전보다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관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현장에서 무리하게 진압 전술을 펼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지 못했더라도 소방관에게 책임을 묻고 징계하기보다 그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믿고 관대하게 바라보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도 “화재 현장의 붕괴 가능성이 예측되는 데도 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때도 있다. 소방관은 죽을까 봐 못 들어간다고 말할 수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지휘관도 자유로워야 한다. 붕괴 위험 건물은 출입을 자제하는 등의 내용이 매뉴얼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