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검사 시절 엘시티 수사와 관련해 소셜미디어(SNS)에서 자신을 비방한 기자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패소했다. 재판부는 한 위원장에게 “손해배상 소송으로 언론 감시와 비판을 제한하려 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2부(재판장 김동현)는 1일 한 위원장이 전직 기자 장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장 기자가 한 위원장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전부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엘시티 사건은 지금까지도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된 공적 관심사항”이라며 “수사 진행 시기 원고는 3차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는데 그 관할은 전국에 걸쳤고 외관상으로 (수사)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1심이 명예훼손이 맞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주의 깊게 들여다봤다고도 전했다. 1심 법원은 장씨가 2021년 3월 자신의 SNS 등에서 “그렇게 수사 잘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라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 명예훼손이라 판단했다.
당시 장씨는 자신의 SNS에 해당 발언을 포함해 “초반에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해야 한다는 윤석열은 왜 엘시티에선 아무것도 안 했대”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한 장관이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자 장씨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니”라는 답글도 달았다.
재판부는 “피고 게시글과 발언 취지는 원고가 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하면서 수사가 계속됐는데도 하지 않았다며 궁금해한 것”이라며 “(피고의)1차 게시글 전반부 표현은 부실수사에 대한 소지는 있지만, 후반부와 입장문 등 전후 문맥을 종합하면 원고가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그 이유를 묻는 것이다. 원고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피고도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원고가 엘시티 수사에 있어 구체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피고의 의혹 제기로 억울함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다만 언론으로서는 수사에 대해 추상적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주요 수사기관 고위공직자에게 충분히 의혹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인 원고로서는 대법 판례에 따라 그런 비판에 대해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언론 감시와 비판을 제한하려고 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시티 수사는 실소유주인 이영복씨가 분양권을 로비 수단으로 썼다며 2017년 11월 부산참여연대가 ‘특혜 분양을 받은 성명불상자’ 43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부산지검은 2020년 10월 공소시효 만료 직전 분양계약자 가운데 2명을 제외한 41명을 무혐의 처분했고, 이에 일각에서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 위원장은 해당 수사가 진행될 때 서울에서 근무해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SNS에 게시하고 이후에도 SNS나 유튜브 등에서 문해력 부족을 운운하며 모욕했다”며 장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장씨를 상대로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도 진행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이 같은 해 12월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