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올해 첫 지방외교 성과로 내세운 일본 군마현과의 교류협약이 ‘조선인 강제동원 추도비’ 철거로 빛이 바랬다.
제주도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 군마현청에서 제주도-군마현 간 실무교류 협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군마현은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 도시다. 협약에는 관광을 중심으로 실무 교류를 시작하고, 민간 부문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지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참석해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지사와 환담하고 협의서에 서명했다.
오 지사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제1 관광도시 제주와 일본 대표 온천 도시 군마현의 협력은 양 지역 모두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제주와 도쿄를 오가는 직항로를 개설해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야마모토 지사는 “최고의 온천을 보유한 군마는 도심 생활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힐링하는 관광지로 도약하고 있다”며 “제주와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3일 뒤 군마현이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설치된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강제철거를 시작하면서 제주도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오 지사는 1일 오전 기자들과 가진 차담회에서 “일정 과정에서 추도비 철거 문제가 불거져 곤혹스러웠다”며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지사 등에게 추도비 철거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그러면서도 “우리를 기만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무 교류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할지 유보할지 판단의 몫이 저한테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는 일제시대 조선인 약 6000명이 군마현에 끌려가 힘겨운 노역에 시달렸던 역사적 사실을 반성하고,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지난 2004년 일본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이 설치했다.
군마현은 시민모임 추도식에서 ‘강제 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2012년 추도비 설치 허가 연장을 하지 않았다. 이후 시민모임은 소송에서 나서 1심에서 이겼지만 최종 패소했다.
군마현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4월 추도비 철거 명령을 내렸고, 시민모임이 따르지 않자 지난달 29일 철거 작업을 시작해 현재 완료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