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학대’ 혐의 교사 유죄…‘몰래 녹음’ 증거 인정

입력 2024-02-01 11:33 수정 2024-02-01 13:50
1일 오전 경기 수원지방법원에서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에게 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가 내려진 것과 관련해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게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수업 중 주씨의 아들 B군(9)에게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 죽겠어.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의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러한 A씨의 발언은 주씨의 아내가 아들 외투에 넣어둔 녹음기에 녹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유예기간에 자격정지 이상 처벌을 받거나 이전에 자격정지 이상 형에 처한 전과가 발견되면 유예한 형을 선고하게 된다.

법원은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주씨의 아들과 A씨가 한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만 녹음행위에 정당성이 있다는 것이다.

곽 판사는 “아이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인지능력과 표현력이 또래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학대 등 범행에 방어할 능력이 없어 피해자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 입장에서는 학대 정황을 신속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이 사건 학습실에는 CCTV도 없었고 자폐성 장애나 지적 장애를 가진 소수의 학생만이 피고인으로부터 수업을 듣고 있어 말로 이뤄지는 정서적 학대 특성상 녹음 외에는 법익을 방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수단의 상당성, 긴급성 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발언 중 일부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유죄로 인정된 발언은 A씨가 피해 아동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한 부분이다.

곽 판사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이고 그 과정에서 ‘너’ ‘싫어’라고 단순하고 명확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섞어 사용해 부정적 의미나 피고인의 부정적 감정 상태가 그대로 피해자에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 의존도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여 위와 같은 표현은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한다”며 “전문성을 가진 특수교사인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정서적 학대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 가, 못 간다고’ 등의 발언은 부적절한 표현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학대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곽 판사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피고인이 정서적 학대를 한 바 그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 문제가 된 일부 발언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정서적 학대로 보이고 전체적인 것은 교육적 목적 의도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피해자의 정신건강 발달에 어느 정도 해를 끼쳤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는 지난해 8월 입장 표명 이후 약 반년간 침묵을 지켜오던 주씨도 직접 참석해 선고를 지켜봤다.

부인과 함께 방청한 주씨는 내내 담담한 표정을 일관했으며, 부인은 유죄 판결이 나오자 흐느꼈다.

피고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부 방청객은 이따금 야유와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