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혐의를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차 전 감독 부인 오은미씨가 SNS를 통해 관련 심경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오씨는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한 개를 알면 열을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열을 알아도 한 개 말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이고 싶다. 어림없지만”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어떤 날은 작은 부끄러움이 종일 나를 따라다니는 날도 있다. 노력해야지”라고 적었다.
앞서 차 전 감독은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이 지난 22일 재판부에 제출한 ‘각계각층의 탄원서’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차 전 감독 측은 조 전 장관과 개인적 인연은 없으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아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비난받았던 경험 때문에 자식들만큼은 고통받지 않게 해 달라는 취지에서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 전 감독 측의 설명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성향 때문에 탄원서를 낸 것이 맞지 않느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거 차 전 감독이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주진우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기도 했다. 차 전 감독 자택에서 촬영된 해당 사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이 액자에 담긴 모습도 포착됐다.
차 전 감독 아내 오씨가 과거 페이스북에 올렸던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관련 글도 재조명되고 있다. 오씨는 지난해 정 전 교수의 옥중 수기를 담은 책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3권이 테이블에 올려진 사진을 공유하며 “선생님, 힘냅시다!”라고 썼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이날 유튜브 채널 ‘새날’ 라이브 방송에서 차 전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차 전 감독이) 저나 제 가족하고는 사적 인연이 하나도 없다”며 “탄원서를 써주셨다고 해서 크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우수·김진하·이인수)는 다음 달 8일 자녀 입시비리 및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