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 리그에서 ‘경기력 부진’을 이유로 모진 비판을 견뎌내야 했던 조규성(FC미트윌란)이 여론 반전에 성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극적 동점골을 넣은 직후 소셜미디어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조규성에게 환호를 보내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4대 2로 이겨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16강 사우디전의 해결사는 조규성이었다. 후반 시작 37초 만에 득점을 허용한 대표팀은 사우디 수비에 번번이 막혀 8강행 좌절의 기로에 섰다. 이때 후반 20분 투입된 조규성은 갖은 시도 끝에 경기 종료 1분을 앞두고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설영우(울산)가 머리로 이어줬고, 조규성이 공중 경합 끝에 헤딩골로 마무리지은 것이다.
최근 ‘악플’에 시달리던 조규성의 SNS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의 게시물에는 “민심회복” “형님, 저는 평생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돌아왔다 조규성” “머리카락 자르지 마. 평생 기르자”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고, 댓글마다 수백 수천개의 좋아요가 눌렸다.
한 누리꾼은 “한번 좋은 성과 나오지 않았다고 물타기로 욕하고 몰아가고 비난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진짜 축구에 진심이고 열심히 사는 사람인 거 안다. 끝까지 응원한다”고 적었다.
국내 남자축구 프로리그인 ‘K리그 공식 유튜브(K LEAGUE)’에는 ‘조규성 기습 숭배’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도 올라왔다. 9초 남짓한 영상에는 전북 현대모터스(2022~2023) 시절 조규성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리고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조규성은 16강전 이후 그간의 여러 논란에 대해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크게 마음고생을 안 해서 감정은 똑같다”며 “(그간 비판에 대해) 오히려 저한테 좀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조규성은 앞서 지난 20일 아시안컵 조별 리그 2차전에서 국가대표팀이 요르단과 2대2 무승부를 거두자 저조한 경기력을 이유로 팬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조규성이 예전 녹화한 TV 예능 프로그램이 대회 기간 중 방송되면서 ‘예능 나갈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하라’는 비난까지 더해졌다. 심지어 장발의 머리를 겨냥해 ‘훈련보다 멋부리기에 바쁘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거센 비난 여론에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나서서 “선수들을 흔들지 말고 보호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3대3 무승부를 거둔 뒤 취재진 앞에서 “많은 팬이 온라인, SNS에서 조금 선 넘는 발언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깝다”며 “모든 선수는 가족이 있고 친구, 동료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마음 아프다. 축구선수이기 전에 인간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