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이 차렷도 못하냐”…후임병 상습학대·협박했는데 선고유예?

입력 2024-01-30 10:13

해병대에서 후임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흉기로 협박까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선고 유예로 선처를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직무수행군인등 특수협박, 위력행사, 가혹행위,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23)에 대해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되는 제도다.

A씨는 2020년 6~11월 약 6개월 동안 경북 포항시 해병대 제 1사단 한 부대에서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던 후임병 B씨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생활반 안에서 B씨에게 ‘차렷 자세’를 시킨 뒤 “무적해병이라더니 차렷도 못한다”며 훈계했다. 이에 B씨가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대답이 느리고 그게 맞는 대답이냐”며 복부를 2차례 가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B씨를 침상 위에 눕히고 올라타 가슴부위를 간질이듯 주무르며, B씨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복부와 가슴을 수차례 가격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해병대 팔각모를 뺏어간 뒤 B씨가 “돌려 달라”고 하자, B씨의 말이 기분 나쁘다며 그의 팔과 허벅지, 아랫배 부위를 깨물며 폭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20년 10월 6일 분대장으로 근무를 서던 중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B씨의 목에 갖다 대고 위협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군인의 신분과 지위를 악용해 폭행하고, 위험한 물건으로 직무수행 중인 후임병에게 협박한 죄책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범행 당시 19세에 불과했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자 의무복무 중인 상황이었다”며 “사회에 복귀한 이상 동종범행을 다시 저지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선고 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A씨가 초범인 점과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해자와 합의에 이른 점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말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