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축구의 실상…“150억 뇌물 받았다” 협회 前주석 시인

입력 2024-01-30 00:10
지난 22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카타르와 중국의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중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중국 축구계의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사정 작업 속에 지난해 낙마한 뒤 기소된 천쉬위안(68)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이 법정에서 150억원 규모의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했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 전 주석은 후베이성 황스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자신이 총 8103만위안(약 150억8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인정하고 참회했다.

중국 검찰은 천 전 주석이 2010∼2023년 상하이 국제항무그룹 총재·회장, 중국축구협회 인수위원장·주석(2019∼2023년 재임) 등을 역임하면서 직무상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관련 기관과 개인으로부터 프로젝트 계약, 투자·경영, 대회 일정 등에 편의를 제공하고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겼다.

이에 앞서 천 전 주석은 지난해 2월 ‘엄중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로 당정 사정 부문의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축구협회 주석 자리에서 낙마했다.

천 전 주석 사건은 중국 축구 부패 문제 사정의 신호탄이 된 리톄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직접 연결되는 일이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와 중국중앙TV(CCTV)가 공동 제작해 이달 초 방영한 부패 척결 다큐멘터리 ‘지속적인 노력과 깊이 있는 추진’에 따르면 리 전 감독은 중국 프로리그인 슈퍼리그 우한 줘얼 감독 시절 ‘윗선’(국가대표팀 감독)이 되면 구단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구단은 천 전 주석에 200만위안(약 3억6000만원)을 건넸다.

이렇게 불법적 방법으로 중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게 된 리 전 감독은 우한 줘얼 구단으로부터 별도의 금품을 받고 실력이 떨어지는 소속 선수 4명을 대표팀에 발탁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리 전 감독에 대한 사정 조사는 축구협회 전·현직 간부들은 물론 중국 슈퍼리그를 주관하는 중차오롄 유한공사의 마청취안 전 회장과 두자오차이 체육총국 부국장 등 축구계 거물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날 천 전 주석 등의 공판 개시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후베이성의 다른 법원들에서는 천융량 전 중국축구협회 상무부비서장(사무부총장) 겸 국가대표팀 관리부장과 류레이 우한시 전국민건강센터 부주석의 뇌물수수·공여 혐의 공판도 열렸다.

30일에는 위훙천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과 둥정 중국 전 슈퍼리그 총경리 공판 심리가 진행된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