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쇄 폭탄 테러를 벌인 급진좌익단체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의 조직원 기리시마 사토시(70)로 추정되는 남성이 자수 나흘 만에 암으로 사망했다. 이 남성은 폭탄테러를 저질러 지명수배된 지 49년 만에 자수했다.
NHK 등은 29일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자신이 기리시마라고 주장한 인물이 이날 아침 가나가와현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히로시마 출신인 기리시마는 도쿄의 명문 사립대인 메이지가쿠인대학 법학부 재학 중 반일무장전선에 가입했다. 일본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 저지를 표방한 이 단체는 1974년 8월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폭파사건을 일으켜 8명이 숨지고 380명이 중경상을 입게 하는 등 이듬해까지 12건의 폭탄테러를 저질렀다. 약사 자격증을 가진 조직원이 약품 등으로 폭발물을 제조해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기리시마는 1975년 4월 도쿄 긴자에 있던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건물 폭파 사건을 일으킨 혐의를 받았다. 반일무장전선은 이 연구소가 일본 기업이 한국 등 아시아를 침략하는 데 거점 역할을 한다고 보고 일본 경제인의 방한을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이같은 테러를 벌였다.
반일무장전선 조직원들은 범행 당시 대부분 체포됐지만, 기리시마는 49년간 가명을 사용하며 신분을 숨긴 채 살았다. 가나가와현의 한 토목회사에서 일한 그는 월급도 현금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달 초 말기암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생의 마지막은 본명으로 살고 싶다’며 병원 관계자를 통해 경찰에게 자신의 신원을 알렸다.
경찰은 기리시마의 지문이나 DNA가 남아 있지 않아 이 남성과 기리시마 가족의 DNA를 대조해 본인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 남성이 당사자만 알 수 있는 범행이나 가족 관련 정보를 진술한 만큼 현재로선 기리시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송세영 선임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