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2시간30분 넘게 오찬과 차담을 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 대응을 둘러싼 당정 간 입장 차이로 갈등을 빚은 후 두 번째 만남이다. 이날 오찬에서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거란 예측이 있었지만, 민생 얘기가 주로 이뤄졌다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찬장에서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한 뒤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37분 동안 차담을 더 나눴다”고 밝혔다. 오찬 자리에는 한 위원장과 윤 원내대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도운 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오찬 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며 당정 협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정치인 테러’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윤 대통령은 관련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참석자들은 주택, 철도 지하화를 비롯한 교통 등 다양한 민생 현안도 논의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과 관련해서 영세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는 오찬 후 국회 브리핑에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은 민생 문제만 얘기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의혹과 관련해 신년 간담회를 열 것인지 얘기가 있었나’는 질문에도 윤 원내대표는 “오늘 민생 문제만 얘기했기 때문에 (없었다)”며 “민생 문제에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로 만났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대응을 두고 정면 충돌하는 기류였지만, 갈등이 표면화된 지 이틀 뒤인 지난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나란히 방문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날 오찬은 서천에서의 만남 이후 6일 만에 이뤄졌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