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강행

입력 2024-01-29 16:16 수정 2024-01-29 17:21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현립공원 '군마의 숲' 입구에 공원 폐쇄를 알리는 안내 문구와 함께 울타리가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일본 군마현이 현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현립공원에 설치된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를 강행했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29일 “군마현이 이날 오전 행정대집행법을 근거로 다카사키시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설치된 조선인 추도비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군마현은 안전을 이유로 2월 12일까지 공원을 전면 폐쇄한 뒤 철거를 완료할 방침이다.

해당 추도비는 시민단체가 2004년 4월 제2차세계대전 중 군수공장과 광산 등에 강제동원돼 사망한 조선인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했다.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적혀 있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적 사실을 깊이 반성해,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고 적혀 있다. 아사히신문은 “당시 군마현 의회도 그 취지에 만장일치로 찬성해 설치장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군마현 현립공원 '군마의 숲'에 설치된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교도연합뉴스

하지만 군마현은 2014년 추도비 설치 조건에 반하는 정치적 목적의 행사가 열린다는 이유로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시민단체는 이러한 결정이 위법하다고 제소했지만 일본 최고재판소는 2022년 군마현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군마현은 지난해 4월 철거명령을 내리고, 10월에는 연내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고지했다. 시민단체가 이에 응하지 않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철거 개시 전날인 28일에는 시민단체 등 150여명이 현장에 모여 철거에 반대하며 헌화했다. 이들의 반대편에는 극우단체 회원들이 철거를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는 25일 “추도비를 공원에 설치한 것이 공익에 반하기 때문에, 지사로서 결단을 내렸다”며 “법을 위반하기 때문에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추도비가 ‘반일’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