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와 남은 자의 첫 만남, 떠난 자가 웃었다

입력 2024-01-27 18:09
LCK 제공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첫 번째 맞대결에서 웃은 건 떠난 자였다.

젠지는 27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2주 차 경기에서 디플러스 기아에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 4연승(+6)을 기록한 이들은 단독 1위로 부상했다. 디플 기아는 2승2패(+2)가 돼 T1(2승1패 +2)에 3위 자리를 내줬다.

디플 기아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온 ‘쇼캐(쇼메이커·캐니언)’ 허수와 김건부가 서로를 적으로 마주한 첫 경기였다. 김건부는 2019년 데뷔한 이후로 줄곧 허수와 호흡을 맞추다가 지난해 연말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젠지로 이적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경기, 결국 새 옷을 입은 이가 웃었다.

경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두 선수의 첫 맞대결은 3번의 세트 내내 치열했다. 허수가 사일러스로 1레벨부터 바텀에 개입하는 묘수를 둬 김건부의 기를 죽였다. 디플 기아는 빠르게 성장한 허수와 ‘킹겐’ 황성훈(올라프) 중심으로 한타를 전개해 39분 만에 첫 세트를 따냈다.
LCK 제공

젠지와 김건부가 2세트부터 반격에 나섰다. 억제기와 쌍둥이 포탑 2개를 모두 잃는 등 고전했으나 ‘기인’ 김기인(우디르)과 ‘페이즈’ 김수환(아펠리오스)의 날 선 집중력 덕분에 막판 장로 드래곤 전투를 통해 역전에 성공했다. 생기를 되찾은 젠지는 3세트에서 라인전부터 크게 앞서 빠르게 게임을 마무리했다.

디플 기아는 KT와 젠지에 모두 역전패를 당했지만, 날이 선 경기력을 발휘해 표정을 구길 필요가 없게 됐다. 황성훈과 김하람의 적극적인 찬스 메이킹, 유틸 서포터 메타에서 물 만난 고기가 된 ‘켈린’ 김형규, 제 기량을 되찾은 허수 등 한동안은 호재가 많아 보인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