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의 선물을 사기 위해 직원들끼리 ‘곗돈’을 모을 것을 요구당했다는 직장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27일 소셜미디어(SNS) 등에 따르면 자신을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이라고 밝힌 A씨는 온라인상에 ‘인센티브 받았는데 대표님 선물 산다고 돈 모은다고 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A씨는 글에서 “올해 1월에 월급과 함께 인센티브도 같이 들어왔다”며 “그런데 ‘인센티브를 받았으니 다 같이 돈을 모아서 대표님 선물을 사야 한다’고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직원들이 요구받은 ‘곗돈’은 1인당 5만원이다. A씨는 “설 선물도 해드릴 겸 여러 가지 의미를 다해 5만원을 내라고 한다”며 “안 내도 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회사에는 총 12명이 근무하고 있고, 갹출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이사님”이라며 “안 그래도 대표님 생일에 5만원씩 걷어서 따로 선물을 사드리는 문화도 있는데, 인센티브를 받았다고 해서 설 선물까지 챙겨드리는 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갹출을 주도하는 이사가 대표의 눈에 들기 위해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주도한 사람만 사장에게 잘 보이고, 돈을 안 낸 사람은 ‘예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게 뻔하다”고 적었다.
이 같은 ‘선물 문화’가 학계 등에서도 만연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대학원 재학 시절 박사과정에 있던 선배가 교수 생일과 스승의날을 챙겨야 한다며 1인당 10만원씩 걷어갔다”고 말했다. 특히 위계질서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의료계나 스포츠계 등에서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만약 A씨 회사 이사가 대표 생일 선물 비용을 억지로 내도록 했다면 강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다만 강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 부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 입장에서는 ‘돈을 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이 염려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사가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면 죄를 묻기 어렵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