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거듭하면서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부친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대회 전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손 감독이 지난 4일 연합뉴스와 가졌던 인터뷰 내용이 27일 축구 팬들 사이에서 다시금 회자됐다. 당시 손 감독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답을 내놨는데, 대회 개막 전이었던 당시에는 ‘찬물 끼얹는 발언’이라는 식의 반응이 많았으나 조별리그를 치르고 나니 ‘옳은 쓴소리’였다고 재평가된 것이다.
손 감독은 당시 ‘한국이 우승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한국과 ‘숙적’ 일본 중 어느 팀이 더 우승 가능성이 높아 보이냐는 질문에 그는 “(선수 개인 기량의 총합을 놓고 볼 때) 한국은 일본에 게임도 안 된다. 우리 축구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 실력, 축구계의 투자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은 일본에 뒤진다. 우승해서는 안 된다”면서 “64년 동안 한 번도 우승 못 한 것에 대해 나는 물론이고 모든 축구인이 반성해야 한다”며 소신을 이야기했다.
‘아들이 대표팀 캡틴인데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느냐’는 물음에 그는 “당연히 한국이 우승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해버리면 그 결과만 가지고 (변화 없이) 얼마나 또 우려먹겠나. 그러다가 한국 축구가 병 들까 봐 걱정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텅 빈 실력으로 어떻게 속여서 일본을 한번 앞섰다고 해도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며 “냉정하게 말하면 우승하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초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오른 손흥민을 비롯해 창의적인 패스와 정확한 킥을 자랑하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명문’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주전 센터백 김민재 등 전 포지션에 걸쳐 특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별리그가 마무리된 현 시점에서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조 2위로 16강 진출은 성공했으나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요르단과 2대 2 무승부, 말레이시아와 3대 3 무승부를 기록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은 3경기 동안 56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은 20개로 비율이 36%에 불과했다. 20개의 유효슈팅 가운데 득점으로 이어진 것은 8차례였다. 수비도 자주 뚫렸다. 3경기 동안 무려 6실점, 경기당 2실점을 한 셈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해줘 축구’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별다른 전술 없이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공수에 포진한 ‘월드클래스 자원’들에게 그저 모든 걸 맡기기만 하는 축구를 한다는 얘기다.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31일 오전 1시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을 치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