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임금 반납’ 거부 속출… 강한 반발에 사측 곤혹

입력 2024-01-26 17:21 수정 2024-01-26 22:59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지역본부의 모습. 뉴시스

최악의 경영난에 부딪힌 한국전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고 있는 가운데, 임금 반납을 거부하는 직원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임금 반납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임금 반납 동의서를 접수했다. 반납 금액은 1직급(성과급 전액)부터 4직급 이하(20%)까지 나뉘어 있다. 반납에 동의할 경우 다음 달 말 지급 예정인 성과연봉에서 공제된다.

당초 한전은 2022년 경영평가에서 D를 받아 성과급 지급이 없을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분 반납을 동의받고자 했지만,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최근 한전 등급을 C로 상향 조정하며 성과급 지급이 예고되자 이에 대한 반납을 요구해왔다.

다만 한전의 기대와 달리 직원들의 임금 반납 동의율은 57% 정도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젊은 직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회사의 적자는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른 정부 때문에 확대된 것인데 왜 직원이 성과급을 반납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1직급(본부장 및 각 처·실장)과 2직급(부장)의 임금 반납 동의율은 각각 80%를 넘겼고 3직급(차장) 역시 78%를 상회했지만, 4직급(과장 이하)의 동의율은 5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입장에서는 희망퇴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동의율을 보다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총인건비 외에 추가로 필요한 희망퇴직 재원금을 지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상외로 저조한 동의율에 한전은 당초 전날까지로 예정됐던 동의서 접수 기간을 다음 달 2일까지로 늘렸다. 일부 부서장들은 낮은 동의율이 본부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젊은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임금 반납 동의율에 따른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고있다”며 “직원 자율에 모든 사항을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