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이은 무력 시위와 한국을 향한 적대적 발언이 군사 행동 징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전·현직 관리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 포럼에서 “북한이 매우 부정적인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도 이 행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2010년 연평도 포격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의 공격을 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북한이 충격적 군사 행동을 벌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 정부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발언을 통해 군사 행동을 감행할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당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을 우리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 또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북남(남북) 관계는 더 이상 동족·동질 관계가 아니다”며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규정했다.
NYT는 이날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적대적 노선으로 대남 정책을 변경한 뒤 앞으로 몇 달 내에 한국을 겨냥한 치명적인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 수위가 한층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전면전이 발생할 정도의 군사적 위험 수위는 아니지만, 북한이 2010년 연평도 포격 수준의 타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김 위원장이 무력 도발을 하더라도 긴장 고조 수위가 일정 선을 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할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 내 민간 전문가들도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스탠퍼드대학의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최근 김 위원장의 전쟁 준비와 관련한 기고문에서 “북한이 50~6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가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농축 우라늄”이라고 지적했다.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수십년간 지속된 북미 관계 정상화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며 “북한이 기습 공격을 선호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