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기가 이어지며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악성 댓글의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경기력 부진에 따른 정당한 비판이라는 입장과 ‘신분을 떠나 도를 넘는 악플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26일 스포츠계에 따르면 한국은 전날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3-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강민과 손흥민이 활약하며 역전골과 재역전골을 잇달아 터뜨렸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130위에 불과한 최약체팀 말레이시아와 무승부를 내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국가대표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지난 20일 요르단전에서도 1-1로 비기는 데 그치며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졌다. 요르단도 피파랭킹이 87위에 그치는 팀으로, 23위인 한국과 비교하면 약체팀으로 평가된다.
‘졸전’이라 평가받는 두 경기가 끝나자 일선 국가대표 선수들의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이들에 대한 비판성 댓글이 쏟아졌다. 요르단전에 이어 말레이전에서도 한 골도 넣지 못한 조규성은 집중 타깃이 됐다. 요르단전 전반 55분에 골문 앞에서 시도한 슈팅이 상대 골대 위로 날아간 장면을 두고 강한 비판이 일었다.
네티즌들은 주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진한 경기력을 문제 삼았다. 우리나라보다 객관적으로 열세인 팀을 상대하면서도 전술 등의 부재로 아쉬운 결과를 냈다는 것이 골자다. 선수 개인 기량이 모자라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선수의 경기 외적인 모습에 대한 지적도 일었다. 네티즌들은 조규성이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것을 두고 “스포츠 선수가 본 경기에서는 활약하지 못하고 예능에 나가는 것이 맞는 일이냐” “외적인 모습을 꾸미는 것도 좋지만 경기 도중에조차 두건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부적절했다” 등 의견을 쏟아냈다. 이런 내용의 댓글들은 조규성의 SNS에 고스란히 실렸다.
보다못한 손흥민은 전날 말레이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팬분들도 온라인과 SNS에서 선 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축구선수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다. 선수들을 흔들지 않고, 보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당부했다.
반면 네티즌들은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해 경기에 출전한 만큼 아쉬운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한 네티즌은 조규성 SNS에 “회사원들도 회사에서 일을 못 하면 욕을 먹는다. 비판이 아닌 비난은 삼가야겠지만 팬들이 할 말을 하는 게 왜 문제가 되나”고 적었다.
한편 운동선수들의 SNS 등에 악플을 달았다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었던 박지성은 지난 2021년 6월 국가대표 동료였던 유상철 전 감독 조문과 관련해 악플을 단 네티즌들을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전 배구 국가대표 김요한과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 전 당구 국가대표 차유람도 악플을 게시한 이들에 대해 법적 조치에 착수한 바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