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EU에 고개 숙이다…앱스토어 수수료 인하·다른 앱스토어 허용

입력 2024-01-26 10:42
애플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3월부터 유럽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애플의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됐다. 개발자는 아이폰의 인앱 결제가 아닌 다른 결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앱 스토어 수수료도 인하된다. 유럽연합(EU)이 애플과 같은 폐쇄적인 플랫폼을 전면 개방하도록 하는 고강도 법을 시행하면서다.

애플은 25일(현지 시각) 이런 내용을 담은 운영체제 iOS와 앱스토어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3월부터 시행되는 EU의 빅테크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에 대한 대응 조치다.

이번 변화로 유럽에서 이용자들은 앱 구매와 설치를 할 때 폭넓은 선택권을 가지게 됐다. 그동안 애플은 구글과 달리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애플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애플은 “사용자가 애플 자체 생태계 외부의 웹사이트에서 타사의 앱 스토어를 자신의 기기에 내려받을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며 “앱 스토어는 제3자 마켓플레이스에서 제공하는 다른 앱을 설치할 권한을 갖고 iOS 기기에 독립형 앱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앱 개발자들은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가격을 낮추면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체 결제 시스템도 선택할 수 있다. 대체 결제 시스템을 통한 거래는 기본적으로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이는 유럽에서만 해당해 그 외 지역에서는 그대로 부과된다. 애플은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통한 거래에 대해 수수료를 15∼30%에서 10∼17%로 낮추기로 했다.

애플에 따르면 현재 EU 개발자 중 약 3%가 애플의 표준 30%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9%는 할인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나머지 88%의 개발자는 비용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

애플은 앱스토어와 결제 시스템을 개방하면서도 일부 제한을 뒀다. 다른 앱 스토어를 제공하는 개발자는 애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추가 결제 수수료 시스템도 도입한다는 것이다.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시 3%의 결제 처리 수수료를 부과하고 100만번 이상 설치된 앱에 대해서는 설치 건당 0.50유로(725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유럽 내 99% 이상의 개발자가 애플에 내는 수수료가 줄 것”이라며 “앱 설치 수수료를 내는 개발자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